이경수 ITER 사무차장 [출처 국가핵융합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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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핵융합 연구가 구석기를 지나 신석기로 넘어왔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핵융합 연구 단계로 넘어가면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가 엄청나게 풀리게 될 것이다. 그게 철기 시대고, 그때가 되면 ‘승자는 가려졌다’고 봐야 한다.”
이경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무차장은 20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인공태양’이 섭씨 1억도에서 1.5초간 초고온을 유지하는데 성공한 데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이 핵융합에너지를 쓸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반드시 온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내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개발을 이끈 주역이자 ITER의 2인자인 건설ㆍ기술 담당 사무차장이다. 현재 프랑스에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KSTAR와 원리가 같은 ITER가 건설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러시아, 인도 등이 참여하는 7개국 공동 프로젝트다.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건설현장 [출처 I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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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무차장은 한국의 경쟁력이 유지되기 위해선 추가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KSTAR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주요 연구진 34명이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이 사무차장을 비롯해 최창호 진공용기부장, 박미경 중앙제어시스템(CODAC) 총괄, 양형렬 조립사업부장, 오영국 운전부장 등 한국 과학자들이 ITER의 주요 보직에 포진해 있다.
그는 “국내 인재 양성과 함께 정책적인 지원이 전제되지 않으면 KSTAR는 해적선이 된다”며 “오늘날 국내 연구성과가 결국 남 좋은 일이 돼 버린다”고 우려했다.
그는 ITER가 플라즈마를 생성해 데이터를 활발하게 만들어내는 2028년부터 투입량 대비 10배의 에너지를 생산하게 되는 2038년까지의 시기를 굉장히 중요하게 내다봤다. 이 사무차장은 “목표 시기에 맞게 예비 타당성 조사가 단계별 진행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이유”라며 “이 10년간 KSTAR는 지금보다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향후 ITER에서 나오는 각종 데이터를 가지고도 국가핵융합연구소는 국제적으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사무차장은 핵융합 에너지를 국가 주도적으로 개발 추진하고 있는 중국을 경계했다. 그는 “중국이 폭발적인 에너지 수요 대안으로 핵융합 에너지를 찾고 있다”며 “핵융합 분야의 후발주자였던 한국이 현재는 중국보다 앞서고 있지만 중국의 인력과 투자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중국이 다시 한국보다 앞서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핵융합 연구 설계 로드맵은 굉장히 과감하고 구체적”이라며 “정부차원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국가통합디자인 조직의 ‘중국핵융합공정실험로(CFETR)’ 개념 설계를 완료하고 지난해 말부터 공학 설계에 본격 착수했다. 사실상의 데모 장치인 CFETR를 2030년대에 운영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의 데모 장치는 2040년 건설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적으로는 ‘뛰어난 연구성과’를 이뤄내고, 국제적으로는 ‘공동연구 주도권’을 가져가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이 사무차장의 견해다. 그는 “우리가 실력이 있어야 공동 연구를 하자는 제안이 오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산업 기반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 지원과 투자에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무차장은 “핵융합 연구개발에 거대한 돈이 든다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다”며 “핵융합 에너지 연구가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 사업은 다른 에너지 연구개발 사업에 비해 그 비율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의 ITER 사업 참여 기반이 된 KSTAR 장치 건설 비용은 정부와 민간을 합쳐 3090억원이 소요됐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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