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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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연한은 판례로 정해지며 직업군마다 다르다. 법령이나 취업규칙으로 정년이 정해져 있는 공무원, 회사원의 가동연한은 정해진 정년에 이를 때까지가 된다. 그다음은 육체노동이 필요한 직업인지 아닌지가 기준이 된다. 보통 가동연한이라고 하면 육체노동이 필요한 노동자의 가동연한을 가리키는데, 198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60세가 될 때까지'로 정해졌다. 육체노동이 필요하지 않은 직업군은 저마다 다르다. 우리 법원은 의사·약사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본다. 관세사는 65세가 끝날 때까지, 한의사·목사·법무사·변호사는 70세가 될 때까지다.
가동연한은 장애나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 액수를 계산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손해배상 액수는 일실수익이 클수록 늘어나는데, 일실수익이란 사고 등으로 인해 기존에 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얻을 수 없게 된 이익을 뜻한다. 일실수익은 당사자가 사고 시점부터 얼마나 더 오래 일할 수 있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일실수익은 가동연한이 뒤로 밀릴수록 늘어난다. 이외에도 가동연한은 보험이나 정년·연금제도 등에도 영향을 준다.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 전까지 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은 55세였다.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이 남성 54.92세, 여성 60.99세 불과하고, 당시 국가공무원법상으로 토목수, 목공, 운전사 등 육체노동을 하는 기능직공무원들의 정년이 만 55세로 한정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 기준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 국민 평균수명이 남성 63세, 여성 69세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기능직공무원들의 법정 정년도 60세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기사 A씨의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올라왔다. 사고로 숨진 A씨의 가동연한을 몇 세로 볼 것인지가 쟁점인 사건이었는데, 쟁점 결론에 따라 A씨 유족들이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 액수가 달라질 수 있었다.
이 사건에서 전원합의체는 평균수명이 연장됐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기존 55세에서 60세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향후 가동연한이 다시 논란이 됐을 때 살펴야 할 기준들로 △연령별 근로자 인구수 △취업률 또는 근로참가율 △직종별 근로조건과 정년제한 등을 제시했다. 가동연한에 대한 판결을 내릴 때는 소송을 제기한 개인의 건강이나 직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경제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후 약 30년 만에 가동연한 문제가 다시 전원합의체 심판을 받게 됐다. 난간에서 실족해 숨진 49세 전기기사 B씨와 수영장에서 숨진 4세 아동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올라오면서다. 숨진 이들의 가동연한은 몇 세인지, 손해배상액은 얼마로 산정해야 하는지가 두 사건의 공통 쟁점이었다.
사회 여러 방면에 영향을 주는 사건인 만큼 대법원은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법경제학회, 근로복지공단 등은 가동연한을 60세보다 상향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손해보험협회와 금융감독원은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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