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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성 평등 ‘벡델 테스트’ 25% 관문 통과한 2018 한국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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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조사 결과, 벡델테스트 통과한 2018 한국영화 10편

포스터에 여성 단독으로 등장한 영화는 단 2편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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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나온 순제작비 30억원 이상의 실사 한국영화 가운데 영화 속 성평등 측정 시험인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25.6%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지난 18일 펴낸 ‘2018 한국영화 산업 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개봉한 순제작비 30억원이상의 실사 한국영화 39편 가운데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모두 10편이었다. 벡델테스트는 영화 속 젠더 편향성을 가늠하기 위한 성인지 시험으로, 영화에 나오는 여성 인물이 남성 서사에 얼마나 종속되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이름을 가진 여성 등장인물이 2명 이상 등장하는가?’ ‘그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가?’ ‘남성에 관한 이야기 외의 대화를 나누는가?’ 등 모두 3개의 기준을 충족해야 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

영진위가 조사한 결과,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2018년 한국 영화 10편은 <국가부도의 날>, <도어락>, <협상>, <허스토리>, <치즈인더트랩>, <마녀>, <상류사회>, <스윙키즈>, <완벽한 타인>, <인랑> 등이다.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 가운데 <국가부도의 날>, <도어락>, <마녀>, <허스토리>, <협상>은 여성 배우가 크레디트 첫 번째로 올라오는 여성 주연 영화이며, <도어락>, <마녀>, <허스토리>는 주연으로 나오는 투톱 배우가 모두 여성인 영화다.

영진위는 벡델 테스트와 함께 여성 배우의 주체성을 확인하는 시험인 ‘포스터 테스트’도 실시했다. 포스터 테스트는 여성 주연배우가 영화를 얼마나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지, 스타로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기 위해 영진위가 자체적으로 시도한 시험이다. ‘포스터에 남성과 여성이 몇 명 등장하나’ ‘포스터 속 남녀 크기와 배치는 어떻게 되나’ 등의 질문으로 이뤄져 있다. 영진위 설명을 보면, 포스터에 아예 여성 등장인물이 부재한 영화는 39편 가운데 20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포스터에 여성이 나오지만 남성에 견줘 후방에 작게 배치되거나 여성 1인과 남성 다수가 등장한 포스터까지 더하면 남성 중심 포스터는 모두 27편이다. 여성 1인이 단독으로 포스터에 등장한 영화는 <도어락>과 <사라진 밤> 단 2편뿐이다. 반면 주연 남성 1인이 단독으로 나온 영화는 <염력>,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골든슬럼버>, <챔피언>, <인랑>, <목격자>, <안시성>, <출국>, <성난황소>, <마약왕> 등 10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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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이러한 조사 결과를 두고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가 전체의 50%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영화 산업의) 성 불균형이 완벽히 해소된 상태라고 볼 수 없다”며 “그런데도 수많은 한국 대중영화가 이렇게 단순한 조건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영진위 영화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벡델 테스트 문항은 1985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이름을 가진 여성이 2명 넘게 나오는가’ 같은 것을 묻는 기본적인, 최소한의 통과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 상업영화의 핵심 창작인력 가운데 여성 참여율은 이전보다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한국 상업영화 감독 가운데 여성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로 2014년의 4.5%의 3배가 넘는다. 주연배우 역시 31.2%로 2014년 19.4%에서 10%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촬영 분야 여성 참여 비율은 2014년 1% 이후 줄곧 5% 안쪽에 머무르다 2018년 0%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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