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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북한의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제재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북 2차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뒤 연일 '눈높이'를 낮춰온 데 이어 제재완화까지 언급하며 북한에 구애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알다시피 나는 제재를 풀지 않았다"면서 "나는 그렇게 할 수 있기를 원하지만 그러려면 상대편에서 의미있는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과 나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무언가 잘 풀리는 걸 봐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북간 실무협상이 시작되기 직전에 내놓은 발언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결단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읽힌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제재를 빨리 풀어주고 싶지만 북한이 핵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엔 '핵 제거'가 아니라 '의미있는(meaningful) 뭔가'로 수위가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추가 정상회담도 거론했다. 그는 "우리가 많은 것을 성취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이 마지막 회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노이 회담에서 '빅 딜'을 이뤄내지 못하더라도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정상간 톱다운 외교를 지속할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사실상 비핵화 협상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채찍'은 버리고 '당근'만 제시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스스로 미북 협상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눈에 띄게 바뀌기 시작한 것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 이후다.
그는 지난달 19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워싱턴DC에서 만난 뒤만 해도"비핵화에 관해 많은 진전을 이뤘고 북한과의 상황이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백악관은 2차 정상회담 개최국가까지 즉각 공개했다. 이 때만 해도 협상을 잘 풀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보기관 수장들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내놓자 직접 나서 꾸짖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평양 실무협상을 마치고 귀국한 비건 대표의 보고를 접한 뒤엔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15일), "긴급한 시간표는 없다"(19일) 등의 발언으로 기대치를 점점 낮췄다.
이에 대해 미 인터넷매체 슬레이트닷컴의 외교 칼럼니스트 프레드 카플란은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저서)'에서 목표를 높게 잡고 상대를 계속 압박하는게 비결이라고 했다. 또 너무 절박해보이면 상대가 피냄새를 맡는다고 했다"며 "하지만 최근 트럼프의 협상 자세는 현저히 약해졌다"고 꼬집었다.
북한에 대한 지속적 압박은 사라졌고 오히려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면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 달성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 대신에 '궁극적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정부 내에서 대북 제재완화를 상응조치 카드로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상당한 이견이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매파들은 단계적 접근법에 반대하며 '최대 압박' 전략 유지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볼턴 보좌관은 비건 특별대표가 이끄는 협상팀이 북한과 거래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최근 재무부와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도 관련 회의에서 비건 대표를 향해 제재는 유지돼야 하며 종전선언도 서둘러선 안된다고 경고했다고 WP는 전했다.
최근 발언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매파와 비둘기파 의견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수미 테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차 회담에서 구속력 있는 합의를 끌어내지 못함으로써 한때 효과적이었던 최대 압박 전술을 악화시켰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 없이 평화협정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은 안된다는 참모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 협정 대신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서 합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게 아닌지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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