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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1심 실형 선고에도 불구… 김관진은 어떻게 법정구속 피했나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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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렬 선언' 덕분에 법정구속 위기 벗은 김관진 / 2017년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나… 판사 "불구속 재판 선언 존중해야" / 김경수, 안희정, 안태근은 법정구속

“애초 구속적부심에서 불구속 재판 선언을 했다. 항소심도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21일 법원이 김관진(사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하고도 법정구속을 하지 않은 이유다. 최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김경수 경남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1·2심 유죄 선고와 동시에 줄줄이 법정구속된 것과 대비된다. 법조계에선 “결국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적부심 석방 결정이 이처럼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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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1일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이 선고된 직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 법원은 김 전 장관을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연합뉴스


◆김관진 살린 구속적부심의 '불구속 재판' 선언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이날 정치관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MB)정부 시절 국군사이버사령부 여론조작 사건 축소·은폐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그러나 불구속 상태인 김 전 장관을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그러면서 “애초에 김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에서 불구속 재판 선언을 했다”며 “이 재판에 대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항소심도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구속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으로 기소된 김 지사, 여성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는 안 전 지사, 일선 평검사에 대한 보복인사 혐의를 받는 안 전 국장 등도 모두 유죄 판결에 불복해 상급법원에 상소했다. 따라서 ‘항소가 예상된다’는 것이 법정구속을 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라고 볼 순 없다.

결국 ‘구속적부심의 불구속 재판 선언’이란 표현에 법조계 이목이 쏠린다.

김 전 장관은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등 정치관여 의혹과 관련해 지난 2017년 11월11일 검찰에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구속영장을 심사한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불과 11일 만에 이 결정이 뒤집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는 같은해 11월22일 김 전 장관이 낸 구속적부심을 받아들여 석방 결정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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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1·2심의 실형 선고와 동시에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왼쪽부터). 세계일보 자료사진


◆형사재판 베테랑의 안목? '적폐' 판사의 저항?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수석부는 그때만 해도 일반 형사부 부장판사보다 ‘급’이 한 단계 높은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고 있었다. 신광렬 당시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주인공이다.

신 판사는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김 전 장관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석방 이유를 밝혔다. 그 직후 구치소에서 풀려난 김 전 장관은 현재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미 구속된 형사사건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이 받아들여져 풀려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당시 법조계에서 커다란 논란이 일었다.

먼저 형사사건 재판 경험이 누구보다 풍부한 형사수석부장판사가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할 정도라면 수사 내용에 흠이 있는 것인 만큼 석방은 당연한 수순이란 반응이 나왔다.

반면 박근혜정부 최고 실세였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신 판사의 각별한 관계를 들어 ‘적폐 판사의 적폐 판결’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는 방어권 보장이 꼭 필요하고 누구는 필요없느냐”는 비아냥도 있었다.

아무튼 이날 1심 재판부가 ‘구속적부심의 불구속 재판 선언’을 근거로 법정구속을 하지 않음에 따라 김 전 장관은 1년여 전에 자신의 구속적부심을 맡아 석방 결정을 내린 신 판사한테 또 다시 큰 빚을 진 셈이 됐다. 지난해 2월까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일한 신 판사는 현재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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