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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독립언론, 더 큰 하나가 될 진지를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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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와 SNS 시대에 1인 미디어가 넘쳐나지만, 10여 년 동안 한결같이 ‘현장’에서 ‘약자'의 편을 지켜온 1인 미디어가 있다. ‘미디어몽구’로 더 많이 알려진 김정환 씨다.

“현장에 오지 못하신 분들이 현장을 느끼게 해드리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하거든요. 그리고 사람을 만나도 ‘이건 우리 식구의 일이다’는 마음 가짐으로 항상 접근하다보면 남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한 발 더 가까이 가서 이야기를 듣게 되고 피해 당사자나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오기 때문에 인터넷에 올리면 폭발력이 더 크지 않나 생각해요.”

미디어몽구 영상의 힘은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현장의 생생함에 있다. MB 기자회견에 들어가기 위해 기자들이 ‘가위 바위 보’를 하며 “국민이 이런 모습을 보면 우스울거야"라는 자조섞인 말을 하는 것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담는다. MB측이 질문도 못하게 하자 기자들이 거칠게 화를 내는 모습까지 보고 있노라면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2백만이 넘었다.

미디어몽구 김정환 씨는 항상 자신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손자’라고 부른다.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민족의 수모를 한 몸에 안은 채 평생 홀로 지내온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손자라는 존재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별세한 김복동 할머니와의 인연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1992년부터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매주 열고 있었다. 이 수요시위가 1000회를 앞두고 있었는데, 이때 할머니들이 타고 나갈 차가 너무 낡아서 폐차가 불가피했다.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측에서 모 자동차 회사에 차를 제공해 줄 수 있느냐는 공문을 보냈었나봐요. 자동차 회사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거절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이건 너무 아니다 싶어서 그러면 우리라도 마련해드리자고 해서 모금을 시작했었죠.”

모금은 TV뉴스에 소개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주만에 6천만 원이 모였고, 모금에 참여했던 천 9백여 명의 이름은 할머니들의 ‘희망’을 담은 승합차에 새겨졌다.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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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승합차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고(故)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 ©미디어몽구

“그때 할머니께 차를 선물했을 때 김복동 할머니께서 ‘만세 만세' 했던 기억이 나요.”

김정환 씨는 2012년 뉴스타파 출범 당시 촬영 기자로 합류한 바 있다. 1년 넘게 뉴스타파 제작진과 동고동락했던 정환 씨는 2013년 ‘미디어몽구’ 활동에 전념하기로 했다.

“뉴스타파 오기 전까지 4~5년을 미디어몽구에 제 모든 열정을 투자했는데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큰 맘 먹고 다시 미디어몽구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미디어몽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곁에서, 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의 곁에서 아픔을 함께 하며 저널리스트이자 사회활동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다. 또 ‘미디어몽구’ 활동에 전념하기로 한 이후에도 뉴스타파와 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몸만 나갔지 마음은 항상 ‘나의 심장은 뉴스타파다’.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마음은 늘 뉴스타파에 있기 때문에 편하게 계속 왔다 갔다 하는거고…”

뉴스타파는 올해 독립언론 협업 공간을 마련할 준비를 하고 있다. 1인 미디어로서, 미디어몽구에게 독립언론 협업 공간이 어떤 의미가 있을 지 물어봤다.

“항상 원했던 공간이고 갈증을 갖고 있었던 게 그런 ‘공간'이었거든요. 왜냐면 늘 현장을 돌아다니지만 편집할 공간이나 취재나 인터뷰할 공간, 작업할 공간이 진짜 없었거든요. 고작 있어봤자 커피숍, 카페… 그런데 영상편집 한다거나 작업을 하면 시끄럽잖아요, 주변이. 집중이 진짜 안 되는 거예요.”

1인 미디어에게 개인 사무실은 언감생심이다. 집에서 작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만나 협업하고 소통하는 경험도 필요하다.

“이번에 뉴스타파가 새로운 협업 공간을 마련한다는 얘기를 듣고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상상만 해도 너무 기분 좋은 계획이고 뉴스타파가 이렇게 뜻깊은 일을 하는데 당연히 저도 동참할 거고 주변에 알릴 겁니다.”

뉴스타파는 올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의 일대기를 그리는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다. 미디어몽구도 여기에 참여한다. 그가 10년 가까이 기록해온 소중한 영상이 영화를 통해 부활할 날이 머지 않았다. 새로운 공간이 마련되면 영화 제작을 위한 협업도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권력과 자본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언론들이 모여 더 큰 하나가 되는, ‘세상을 바꾸는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인터뷰 : 박대용
영상제작 : 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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