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인력 태부족…단속 강화 '조폭 개입 음성화' 우려
만연한 불법행위…고형연료(SRF) 품질검사 완화도 걱정
이행보증제 처리단가 현실화·보증범위 확대 근본책 아냐
【세종=뉴시스】필리핀에 불법 수출됐다가 국내로 반입된 폐기물. 2019.02.21 (사진= 환경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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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변해정 기자 = 환경당국의 느슨한 관리가 120만3000t에 달하는 불법폐기물을 양산해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전수조사까지 해가며 폐기물 처리 전 과정의 공공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인력 증원 계획이 수반돼 있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환경부는 2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69차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불법폐기물 관리 강화대책을 논의·확정했다.
이 대책의 핵심은 폐기물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재활용 수요와 소각 용량을 늘리고 폐기물 처리 전 과정의 공공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전수조사를 통해 확인된 전국 14개 시·도 235곳의 불법투기·방치된 폐기물 120만3000t 중 41.2%(49만6000t)를 올해 중 처리하고, 나머지 70만7000t(58.8%)은 원인자를 색출해 2022년까지 처리 완료하기로 했다.
그러나 불법 폐기물 관리를 맡게 될 지방자치단체 인력 증원이 빠져 있다는 점이 한계다.
현재도 공무원 1~2명이 수백 개 업체를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라 민간 영역에서 담당해오던 생활폐기물까지 손댈 여력이 없다.
또 단속을 강화한다지만 지자체는 권한이 없는 데다 행정대집행도 예산을 이유로 거의 추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단속 강화가 조직폭력배 개입을 통해 음성화되는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송형근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지자체 입장에서 현실적 어려움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적정한 인력이 배치되도록 행정안전부와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는 수준의 답변만 내놓았다.
게다가 폐기물 업체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고형연료(SRF) 품질검사를 완화하는 방안 역시 경기도 내 고형 폐기물 연료(SRF) 제조·사용업체 3곳 중 1곳이 불법 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과연 적합한 것이냐는 지적이 있다.
【서울=뉴시스】환경부는 21일 전체 불법 폐기물의 41%(49만6000t) 가량을 올해 중 처리하고, 나머지는 원인자 규명을 거쳐 2022년까지 모두 처리한다고 밝혔다.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불법 폐기물은 총 120만3000t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
SRF는 과거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로 적극 육성했지만 지금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환경 파괴 주범으로 몰려 애물단지가 됐다. 재활용 업체들은 SRF 수요가 줄고 정부 단속이 강화되면서 그 원료로 쓰이는 폐비닐을 수거할 이유가 사라졌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 가정집에서 나온 폐비닐 41만8000t의 70% 이상은 SRF로 만들어져 발전소 등에 팔리고 나머지는 소각·매립됐다.
송 실장은 "폐기물을 물질 재활용, 에너지 재활용, 잔재물 소각 등 세 가지 흐름에 맞게 흘러(처리)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모두 다 막힌 상황"이라며 "SRF 완화와 같이 이 흐름을 조금은 뚫어주는 대책을 검토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부도·파산 시 방치 폐기물의 처리 이행을 사전에 보증하는 '방치폐기물 이행보증제도'의 처리 단가를 현실화하고, 보증 범위를 현행 허용 보관량의 1.5~3배에서 3~5배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란이다.
결국 허용량을 초과하면 이 제도만으로 비용 조달이 되지 않아 처리업체에 치우게 하거나 행정대집행을 하게 되고, 민간 보증보험과 폐기물처리공제조합으로 이원화 돼 있어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2012년 고시 후 유지돼 온 단가와 안전율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적법과 불법 업체 간 이행보증금 차이가 확실히 나도록 설계하려는 것"이라며 "보증보험사는 관리 기능이 없는 만큼 가입 가점을 줘 공제조합으로의 가입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보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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