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군 정치적 중립성 위반, 헌법적 가치 중대 침해"...김관진 "항소 검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1일 정치관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에게는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음에도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애초에 김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에서 불구속 재판 선언을 했고, 다른 재판부에서도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이 재판에 대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항소심도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구속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령부가 수행한 댓글 공작에 대한 결과를 매일 보고 받고, 확인했다는 브이(V) 표시를 하는 등 댓글 공작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치관여 혐의에 대해 "사이버사령부를 직접 지휘,감독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북한의 대남 사이버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김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부대원의 신분을 감춘 채 정부와 대통령, 여당에 유리하도록 정치 편향적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된다"며 "사이버사령부 부대원들의 댓글작전은 정치관여에 해당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 전 실장의 정치 관여 혐의에 대해선 "김 전 장관을 보조하며 사이버 심리전을 통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는 등 범행에 관여한 정도가 깊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 전 기획관은 증거 부족으로 정치관여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이버사 정치 관여 범행을 수사하자 김 전 장관이 축소 수사를 지시한 혐의에 대해서도 "'군이 조직적으로 정치에 관여한 진상이 드러나는 건 안 된다'고 지시를 내리는 등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이어 "이에 따라 조사본부는 이태하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포기했고, 판단과 어긋나는 내용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며 "수사를 조작할 의도와 목적으로 한 김 전 장관의 행위를 단순한 의견 제시였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 군무원 채용 당시 신원조사 대상자가 아닌데도 1급 신원조사를 시행하게 한 혐의에 대해선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면접에서 특정 지역(호남) 출신을 배제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이 이를 직접 지시한 사실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 대해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6월 항쟁 이후 명문화된 규정으로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데도, 이를 정면으로 위반한 건 헌법을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북한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활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이어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방해한 건 법치주의를 훼손한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장관은 선고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항소에 대해서는 검토할 뜻을 밝혔다.
김경수는 법정구속, 김관진은 불구속...왜?
국가기관을 동원해 댓글 공작을 지시한 김 전 장관은 법정 구속을 면한 반면, 민간인인 '드루킹'과 댓글 조작을 공모한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현직 도지사 신분인데도 법정구속이 됐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의 유죄 판결 전 구속적부심 석방 판단을 유지한다는 이유를 내놓았지만, 판사의 '재량권'이 고무줄 같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김관진 전 장관은 구속적부심 판단 때도 논란이 있었다. 김전 장관은 군인들의 정치 개입에 관여해 지난 2017년 11월11일 검찰에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는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11일 후에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는 신광렬 수석부장판사는 김 전 장관이 낸 구속적부심에서 "범죄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뒤집고 김 전 장관을 석방했다. 김동진 당시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의 3회에 걸친 구속적부심 석방 결정을 납득하는 법관을 한 명도 본 적이 없다"며 "(저도) 법관 생활이 19년째인데, 구속적부심에서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김 전 장관 구속적부심을 맡았던 신광렬 판사는 사법 농단과 관련해 정치권이 내놓은 '탄핵 판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도에 정운호 게이트 등 판사 비리 관련 영장 내용 등을 상부에 보고해 기밀을 빼돌렸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김 전 장관에 대한 판결에서 1심 재판부는 징역 2년 6개월형을 내리고도 법정 구속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애초에 김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에서 불구속 재판 선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을 면하게 하는 경우는 사실 흔하지 않다. 대개 법정 구속을 면하게 하는 경우는 방어권 보장 때문인데, 주로 항소가 확실시되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구속을 면하게 하며 방어권을 보장해 준다. 혹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경우처럼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당시 현역 도지사 신분과 도정 차질 등을 감안해 법정 구속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 그것도 군인의 정치 개입을 보고받고 문제가 생기자 사건을 축소, 은폐 하려 했던 김 전 장관에 대한 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쉽게 설명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의 재량이라지만, 지나치게 고무줄처럼 남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김 전 장관에 대한 '봐주기 판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 관여가 소명"됐다며 구속된지 11일만에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되고,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받았음에도 구속적부심의 '선언'을 인용해 법정 구속을 면케 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기자 : 서어리 기자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