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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화)

[단독] 공익신고자 가족 앞에 검은 차가… 경찰은 신변보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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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셜록 박상규·이명선 기자]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셜록 박상규·이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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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9일 취임식 당시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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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책연구소를 그 어떤 국책연구기관보다 공공성 있고 윤리적이며, 정의롭고 공정하며, 소통하고 화합하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7년 12월 19일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의 취임식에서 백 소장이 직접 읽은 취임사 일부다. '정의’, '공정’, '소통’, '화합’과 같은 단어들은 흔히 나오는 말들이지만, 이 자리에서 언급된 이 단어들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해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말이다.

지난 19일 베이비뉴스와 셜록은 공익신고자인 육아정책연구소 운전원 최홍범 씨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9개월 가까이 '대기발령 아닌 대기발령’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관련기사 : [단독] '문캠프' 출신에 기대했지만... 9개월간 책상만 지킨 공익신고자) 육아정책연구소는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속한 국책연구기관이다.

9개월 동안 최 씨가 운전대를 잡은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 최 씨가 운전석이 아닌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동안 대리기사가 대신 백 소장을 '모셨다’. 연구소 지침에는 "연구소 소속 직원"만 차량을 운행하게 돼 있다. 대리기사에게는 인건비가 아닌 연구소 운영 경비에서 보수가 지급됐다.

월급 받는 운전원은 멍하니 앉혀두고 이중으로 세금을 써온 것이다. 최 씨는 지난해 10월 "중증의 우울에피소드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상담과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연구소가 밝힌 업무배제의 이유는 '기관장 운전원 최 씨가 노조 지부장이기 때문’. 사태를 이해하려면 우선 2017년 7월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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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31일부터 2017년 10월 30일까지 재임한 우남희 전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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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비위를 폭로한 신고자의 집 앞에 몰래 나타난 기관장. 최 씨는 가족들이 걱정됐다.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고, 경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경찰은 최 씨의 아내에게, 위치추적이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두 달간 착용하게 했다. 그리고 매일 아이의 등하교 시간에 맞춰 최 씨의 집 주변을 순찰했다.

우 전 소장에게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했으나 우 전 소장은 "대답할 이유가 없다. 기사에 아무것도 쓰지 말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 징계위원회 출석통보도… 국정감사에 등장한 '최홍범 사건’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도 받았다. 2017년 10월 12일 최 씨에게 날아온 "출석통지서". 바로 하루 뒤인 13일 열리는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라는 내용이었다. 공익신고자에 대한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 이 문제는 그해 10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질문한 이는 박선숙 당시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의원이다. 아래는 당시 우 전 소장과 한 질의응답.

우남희 : "그런 것(징계 시도)을 하면 보복처럼 보이니까 그러지 마라, 그런 얘기를 분명히 했습니다."

박선숙 : "그래서 징계위원회가 소집됐는데 제보자들이…."

우남희 : "징계위원회를 하지 않고 자문위원회로 끝났습니다."

박선숙 : "(최홍범 씨가) 10월 13일 날 (열리는) 징계위원회 출석통지서를 받았던 것을 아십니까?"

우남희 : "징계위원회 하기 전에 상의를 해서, 징계위원회 하지 말고 자문위원회로 하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박선숙 : "'본인 임기 중에 징계위원회에 제보자들(최홍범 씨)을 출석시킨 일이 없다’라고 답변하시는 거죠?"

우남희 : "네."

'징계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우 전 소장의 말. 하지만 이는 '징계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말과는 다르다.

당시 연구소는 박선숙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최홍범에게 출석통보서와 징계의결서를 송부하였으나, 징계위원회 당일 불참하였음"이라며, "징계혐의자가 출석하지 않았고 병가 중에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할 수 없다는 징계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징계는 의결되지 않고 자문회의로 진행되었음"이라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공익신고자인 최 씨에 대한 징계를 추진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징계위원회는 열리지 못했고 징계도 의결되지 못했을 뿐이다.

◇ 종합감사 결과 드러난 비위들… 소장은 '1개월 감봉’만

국무조정실의 종합감사 결과는 어땠을까. 먼저 우 전 소장에게는 네 가지 비위사항이 지적됐다.

남편 운영 회사의 자문기관으로 육아정책연구소 명칭 사적 활용 연구연가 미자격자를 선발하고 연구연가 하루 전 대상자 교체 연가일에 공용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근무시간에 여고 동창회 행사 등 참여 연구위원으로 임용해야 할 실장 직위에 연구위원이 6명이나 있는 상황에서 부연구위원을 임용.

그밖에도 '연구원 특별채용 절차 운영 부적정’, '직원 출산장려금 지급제도 부당 운영’ 등 모두 열 가지 사항이 지적됐다. 2017년 9월 29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우 전 소장에게 "1월간 연봉 감액" 징계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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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희 전 소장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의 홈페이지에 육아정책연구소가 자문기관으로 올라가 있다. 우 전 소장은 해당 사안 등 네 건의 비위행위로 2017년 9월 29일 “1월간 연봉 감액” 징계를 받았다. ⓒ제보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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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전 소장은 임기의 마지막 달을 '감봉’으로 보내긴 했으나, 10월 30일 '무사히’ 퇴임했다. 최홍범 씨의 공익신고로 연구소는 내부의 여러 가지 병폐들을 확인했지만 기관장은 임기를 다 채웠고, 개혁은 더뎠다. 그리고 공익신고자인 최 씨는 업무배제와 개인사찰, 징계시도로 고통 받았다.

개혁을 바라는 직원들은 2017년 12월 6일 '공공연구노조 육아정책연구소지부’를 설립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노조였다. 지부장은 최홍범. "부당하게 징계를 받는 사람들, 갑질 등 횡포 속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노조 설립 이유를 밝혔다.

이틀 뒤인 2017년 12월 8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회는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새로운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으로 선임했다. 두 차례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바 있는 백 소장이 선임됐다는 소식은 개혁을 바라는 직원들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 운전원은 노조 못한다? 노동부 행정해석·대법원 판례 보니…

정의와 공정, 소통과 화합을 말한 백 소장의 취임사는,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공익신고자 최홍범 씨의 '현재’는 9개월간의 사실상 업무배제와 5개월째 계속되는 정신과 치료였다.

최 씨에게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한 명분은 '기관장 차량 운전원은 노조 지부장을 할 수 없다’는 것. 연구소 측은 지난해 노사 교섭 당시에도 최 씨의 노조 지부장 자격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최 씨가 노조 지부장이 된 배경은 앞서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는 어떨까?

우선 기본적으로 노조 조합원이나 지부장의 자격은 노조가 자체 규약으로 정한다. 하지만 관련해서 법적 규정도 존재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에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또한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도 있다. 사용자의 비서나 전속 운전기사, 감사 담당 직원, 경리·회계 직원 등에게 이 조항을 적용할 수도 있지만, 노동부의 행정해석이나 법원 판례들은 더 중요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비서 내지 전속 운전기사, 수위 등으로 근무한다는 사정만으로 그들이 곧바로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실질적인 담당 업무의 내용 및 직무권한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직무상의 의무와 책임이 노동조합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에 저촉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때에만" 해당된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대법 2008두13873)

같은 사건에서 대법원은 해당 법 조항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그 취지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고 분명히 했다. 특정 직원의 노조 참여를 금지해서 회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법이 아니라, 사측을 대변하는 직원이 노조에 참여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라는 말이다.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의미와 이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범위를 해석할 때에는 노동조합의 자주성 확보라는 위 노동조합법 규정의 본래 취지에 따라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침해될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서울행법 2016구합56578)

최 씨의 경우는 어떨까. 공익신고 이후 업무배제와 개인사찰, 징계시도 등을 당한 최 씨가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일까. 공익신고자 탄압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조치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최 씨가 노조 지부장이 된 게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침해될 구체적인 위험"일까.

지난해 노사 교섭 당시에 노조 측에서도 최 씨의 노조 지부장 자격 문제를 법적인 판단으로 해결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연구소는 법적인 해결도, 교섭을 통한 해결도 선택하지 않았다. 연구소가 선택한 것은 최 씨를 책상 앞에 앉혀두고 대리기사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일이지만 저에게는 아직도 모든 게 현재 진행형입니다. 많이 지치고 힘듭니다. 내부고발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삶이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그것이 잘못돼서 잘못됐다고 이야기한 것뿐인데 사람들의 시선들이 너무나 무섭습니다. 저는 그냥 평범하게 예전처럼 살고 싶습니다."

최 씨의 말이다. 연구소는 2월 중순부터 다시 최 씨에게 간헐적으로 운전 업무를 맡기고 있다. 하지만 최 씨는 오는 26일에도 상담치료를 받으러 갈 예정이다. 약물치료를 언제까지 받아야 하는지는 기약이 없다. 평범하게 살기 위해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는 세상. 최 씨에게 그런 세상은 아직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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