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2 (화)

3차회담도 예고…레이건-고르바초프 닮아가는 북미 정상 로드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 레이건-소 고르바초프, 극한 대치 뒤 협상 테이블에

1985~87년 3차례 회담으로 핵군축·냉전 해체 조약 결실

북-미 정상회담 개시 배경·진행 겉모습 과거와 닮은꼴

단계적·장기적 해법 추구와 트럼프 정치 일정도 맞물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추가 정상회담을 예고하면서 그가 단계적·장기적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더 분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서두를 것 없다”고 했다. 3차 정상회담을 비롯해 어느 정도까지 일정을 그리는지가 관심거리인데, 첫 회담으로부터 2년여 만에 큰 결실을 맺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공산당 서기장의 협상이 오버랩된다.

1981년 집권한 레이건은 핵군축에 반대하면서 군비 경쟁 등에서 소련을 압도하는 길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집권 초기에도 우주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전략방위구상(SDI·일명 스타워즈 계획)을 통해 핵무기 경쟁 열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상호 대량 파괴의 위협을 극단으로 밀어붙인 결과, 국내적 위기 의식과 유럽 동맹의 반발을 불렀다. 소련도 마찬가지였다.

한겨레

레이건은 지도자들의 개인적 관계가 긴장 해소의 첫발이라고 여겨 1985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르바초프를 만난다. 6년 만의 미-소 정상회담은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고르바초프는 기자회견에서 “회담은 솔직하고 날카로웠으며, 때로는 매우 날카로웠다”고 했다. 레이건은 “어느 쪽도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는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만난 것 자체가 성과였다. 레이건은 통역만 대동한 회담에서 “미·소는 3차대전을 일으킬 수 있는 단 두개의 국가이며, 동시에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단 두개의 국가”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핵군축 논의를 개시하기로 했고, 이듬해 고르바초프가 워싱턴을, 그 다음해에는 레이건이 모스크바를 방문하기로 했다.

두번째 정상회담은 1986년 10월 워싱턴이 아니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렸다. 이때도 괄목할 발표는 없었다. 하지만 두 정상은 첫 회담 뒤로 서신을 주고받으며 논의를 진척시키고 신뢰를 키웠다. 2000년까지 모든 핵무기를 없애자는 구상도 밝혔다.

한겨레

1987년 12월 워싱턴 3차 정상회담에서는 소련이 미국의 전략방위구상 문제에 관해 양보하면서 돌파구가 열림에 따라 ‘냉전을 끝낸 조약’이 마침내 탄생했다. 서유럽과 소련 서부를 노리는 사거리 500~5500㎞의 지상 발사 미사일을 모두 폐기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서명한 것이다.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이듬해에는 모스크바에서 만나 핵탄두와 운반체의 대규모 감축을 추진하자고 약속하면서 추가 핵군축의 길을 열었다.

북-미 정상의 움직임도 △위협을 한껏 끌어올렸던 지도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고 △톱다운(위로부터 아래로) 방식이 강조되며 △2차까지 회담을 제3국에서 개최한 점이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3차 정상회담을 시사한 것을 보면, 과거 미-소 정상들처럼 상대국 교차 방문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지난해 6·12 북-미 정상회담 직후 김정은 위원장을 워싱턴으로 초대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또 “내가 적절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할 수 있기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말했다”고 했다.

2020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로드맵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보탠다. 그의 입지는 레이건-고르바초프처럼 2년여에 걸쳐 ‘1차 회담에서 안면 트기’→‘서신 교환 등으로 논의와 신뢰를 숙성시킨 뒤 2차 회담에서 전환점 마련’→‘3차 회담에서 큰 성과 도출’의 길을 밟는 유인이 될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려면 고르바초프가 레이건과의 2차 회담을 정의한 것처럼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