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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기자수첩] 대출과 무지(無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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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우리는 쉬움과 어려움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쉽고 어려움을 판단하는 것은 어떤 일을 하는데 방해물이 있냐 없냐에 따라 달라지는 듯 하다. 마치 '35+5'라는 계산식이 '354+509'보다 계산과정을 덜 거쳐 쉬운 것처럼 말이다.

청년들이 빚더미에 오르고 있다. 평범하던 그들이 빚더미에 오른 이유는 좀 더 쉬운 방법을 찾아서다. 쉽게 발급받은 신용카드를 주변 ATM에 넣어 카드론(단기소액대출)을 하거나, TV·인터넷으로 쉽게 접했던 대부업체 대출을 신용조회 한 번 만으로 이용한 것이다.

그들은 대다수 예·적금을 하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회에 나오기 전 그들은 은행을 예·적금을 하는 곳이지 대출하는 곳으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출금리가 시중은행-저축은행-대부업-사금융 순으로 높아지는지도, 시중은행보다 저축은행, 대부업 등을 이용했을 때 신용점수가 더 떨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단지 돈을 얻는데 방해물(대출가능기준 등)이 있냐 없냐만 판단해 쉬운 길을 택할 뿐이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저신용·저소득자를 위해 10%대 대출을 제공하고, 빚더미에 오른 채무자의 채무를 조정해 준다는 것이다. 특화된 대출상품으로 저신용·저소득자의 자금 융통 기회를 늘리고 , 채무조정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게끔 해주겠다는 거다.

그러나 어떤 사안에 대해 원인과 결과, 현상과 당위를 혼동해선 안 된다. 저신용 저소득자들이 증가하고 빚더미에 오른 채무자가 많아진 것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원방안을 두고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도 안된다.

무지의 정의는 '의심하지 않기'다. 쉬운 대출상품을 의심하지 않는 것. 그것은 무지일 뿐이다. 사회에 나오기 전 손 쉽게 받을 수 있는 대출에는 그에 맞는 높은 금리와 신용점수 하락 위험이 존재한다는 교육이 필요할 때다. 쉬운 길은 왜 쉽게 만들어 졌는지 알려줘야 한다.

나유리 기자 yul115@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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