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영국·캐나다·뉴질랜드 등에 보복 조치…영국·뉴질랜드 "화웨이 완전 배제 안할 수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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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중국과 정치적 갈등을 빚은 국가에 연이어 보복을 가하고 있다. 각국의 약점을 노린 보복에 성공하면서 점차 그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는 관련 소식통을 인용, 중국 랴오닝성 남단에 있는 다롄 세관이 이번 달부터 호주산 석탄 수입을 무기한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호주산 석탄에 한해서만 수입이 금지되며 인도네시아 및 러시아산 석탄은 그대로 수입이 허용된다. 다롄 세관이 관리하는 항구는 다롄, 바위취안, 판진, 단둥, 대련 등 총 5곳이다. 이 항구들은 지난해 총 1400만톤 어치의 석탄을 취급했으며, 이중 절반이 호주산이었다.

앞서 로이터 및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호주산 석탄에 대해 통관 소요시간을 크게 늘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평소보다 두 배에 가까운 45일 정도가 소요되면서 중국 기업들은 수입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었다. 결국 이번 보도로 통관 지연이 사실상 호주산 석탄 무기한 수입 금지로 드러난 것.

중국석탄자원(CCR)의 펭 동빈 분석가는 블룸버그에 "중국이 호주에 경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과 경제·안보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호주를 견제하기 위해 보복에 나섰다는 것이다. 호주는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5세대(5G)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남태평양 일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손잡고 파푸아뉴기니에 해군기지를 지을 예정이다.

이번 조치로 호주는 크게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석탄은 호주 전체 원자재 수출의 16%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점결탄(철강업에 사용되는 석탄)의 절반가량을 호주로부터 수입하는 호주산 석탄의 최대 수입국이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를 인용, "중국철강업계가 이미 점결탄 재고를 상당량 쌓아놓고 있다"면서 "중국이 (호주산 점결탄 수입 중지로)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은 영국·캐나다·뉴질랜드에도 보복을 가한 바 있다. 캐나다가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하자 이달 초 캐나다 특산품인 카놀라유의 화물 하역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일부 중국 거래상들은 캐나다산 카놀라 수입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전체 카놀라 수입량의 90%(19억달러)를 캐나다로부터 사들였다. 한 농업 관계자는 로이터에 "중국이 캐나다의 약점을 제대로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주 중국은 지난 1년 간 준비한 '2019 중국-뉴질랜드 여행의 해' 사업을 무기한 연기했다. 중국 관영언론인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인들은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한 뉴질랜드를 벌하기 위해 뉴질랜드 여행 취소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사드 사태 당시 중국이 비공식적으로 한국여행을 금지한 것처럼 비관세장벽을 통해 보복에 나선 것. 중국은 뉴질랜드의 최대교역국이며 뉴질랜드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는 인접국인 호주에 이은 두 번째다.

중국은 최근 영국이 남중국해에 항공모함 배치를 확정하자 영국과의 무역협상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같은 보복은 실제로 효과를 보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두고 각국과의 무역협상에 필사적인 영국 정부는 지난 17일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더라도 보안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가디언은 "브렉시트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무역협상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화웨이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뉴질랜드도 화웨이 장비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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