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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부품 가지러 갔다 참변” 경찰, 현대제철 외주 노동자 사망사고 원인 규명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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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중계타워에서 컨베이어벨트 수리 중 숨진 이모씨가 일했던 현장 주변 모습. |민주노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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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외주업체 노동자 이모씨(50) 사망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사고 당시 이씨와 함께 일했던 동료를 불러 조사하는 등 사고 원인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없고 사고 당시를 목격한 사람도 없어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충남 당진경찰서는 21일 이씨와 사고현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외주업체 소속 동료 1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외주업체 소속 현장소장과 숨진 이씨를 발견한 동료 등 3명을 불러 조사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의 중간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씨 등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 4명은 사고 당일 오후 3시부터 당진제철소 중계타워(원료공장으로 철광석 등을 옮기는 시설) 내 3번 컨베이어벨트 수리를 시작했다. 이 중계타워에는 배에서 내린 철광석 등을 저장고로 옮기는 5개의 컨베이어벨트가 5m 간격으로 있다. 이씨 등은 5개의 컨베이어벨트 중 가운데에 위치한 3번 컨베이어벨트의 운행을 정지시키고 풀리(컨베이어벨트 양쪽 끝에서 벨트를 돌리는 원통형 구조물)의 고무를 교체하는 작업을 했다.

작업 중 볼트 등 일부 부품이 부족한 것을 확인한 이씨는 1번과 2번 컨베이어벨트 사이에 위치한 공구함으로 이동했다. 이후 이씨의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고, 이날 오후 5시29분쯤 2번 컨베이어벨트에 협착된 뒤 벨트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가 썼던 안전모는 현장에서 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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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충남 당진시 당진종합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모씨의 빈소에서 한 조문객이 헌화를 하고 있다. 이씨는 전날 오후 5시29분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동료 3명과 함께 컨베이어벨트 수리작업을 하던 중 옆에 가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권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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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씨가 공구함에서 부품을 꺼낸 뒤 가동 중인 2번 컨베이어벨트의 안전펜스를 넘었을 가능성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각각의 컨베이어벨트 주변에는 1.2m 높이의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고, 안전펜스 안쪽으로는 80㎝ 폭의 발판이 컨베이어벨트 테두리를 따라 설치돼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안전펜스 안쪽 발판에 쌓인 분진에서는 발자국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 발자국이 이씨의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 CCTV가 없어 이씨의 동선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중계타워에는 철광석 등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 때문에 렌즈에 먼지가 끼는 등의 이유로 CCTV가 1대도 없었다”며 “현장 동료들을 불러 조사했지만 사고 순간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와 외주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자 등을 불러 조사한 뒤 당진제철소의 작업 매뉴얼과 외주업체와의 계약서 등을 확보해 분석할 방침이다. 이 외주업체는 컨베이어벨트 수리 전문업체로 주로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업체는 2017년 8월부터 당진제철소와 계약을 체결해 컨베이어벨트 수리업무를 맡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진제철소와 외주업체의 안전관리 부실이 확인되면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관계 기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대책 마련과 안전점검을 최우선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권순재 기자 sj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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