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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세금·이자·연금 점점 더 떼어가…쓸 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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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격차 사상 최악 ◆

지난해 4분기 한국 가구들은 월평균 소득의 5분의 1가량을 세금, 이자, 보험료 같은 비소비지출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다 보니 증가한 것인데, 경기 활성화를 위한 세금으로 인해 경기가 위축되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95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460만6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소득의 20.7%를 비소비지출에 쓴 셈이다. 비소비지출은 세금, 이자, 사회보험, 연금 등을 뜻한다. 비소비지출이 늘수록 가계부담이 커진다.

특히 경상조세(세금)는 17만34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4% 늘었다. 이는 전국 단위 가계동향조사를 한 2003년 이후 4분기 기준 역대 최대 상승률이다. 이자 비용은 10만7400원(증가율 24.1%), 사회보험은 15만4000원(11.6%), 연금은 15만2900원(12.1%)이었다.

분기별로 보면 비소비지출은 7개 분기 연속 증가 추세다. 비소비지출 증가율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2분기에 2.7%로 플러스 전환한 뒤 2017년 3분기 3.1%, 4분기 12.5%, 지난해 1분기 19.2%, 2분기 16.5%, 3분기 23.3%, 4분기 10%로 잇따라 올랐다. 작년 한 해 동안 비소비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정부는 출범 초부터 최저임금 인상, 기초연금·아동수당 확대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통해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다 보니 비소비지출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은 "작년 4분기 비소비지출 증가율이 3분기보다 다소 감소했지만, 이는 추석의 월 이동 효과 탓으로 증가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비교 대상인 2017년 당시 추석은 4분기인 10월에 있었지만, 2018년에는 3분기인 9월에 있어 부모님 용돈과 같은 가구 간 이전지출에서 변수가 있었다는 의미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는 가계소득이 증가했다고 말하지만 가처분소득은 거의 늘지 않았다"며 "가처분소득은 소득에서 세금, 보험료, 이자 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뺀 것인데 비소비지출 증가율이 너무 높다 보니 가처분소득이 거의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소비에도 부정적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소비지출액이 증가함에 따라 가구의 실제 소비 여력을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의 증가폭은 미미했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237만7500원으로 1년 전보다 2.1% 늘었다. 전체 소득 증감률(3.6%)보다 낮은 수준이다.

소득분위별로 보면 하위 40%에 속하는 1·2분위는 비소비지출이 줄고, 상위 60%인 3·4·5분위에서는 늘었다. 1분위 가구의 평균 비소비지출 금액은 2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다. 2분위(평균 50만9400원)에서도 2.6% 줄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비소비지출액은 지난해 4분기 206만3800원으로 17.1% 늘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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