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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경영권 분쟁 확전일로…고려아연-MBK·영풍, 주말 내내 설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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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글로벌 리서치 인용해 재무악화 '공격'…고려아연 "통계 왜곡·조작"

쌍방 이사회 기능 놓고도 '신경전'…고려아연, 24일 맞불 기자회견 예고

뉴스1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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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과 고려아연(010130)이 주말 내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양측은 서로의 이사회 구성부터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까지 반박과 재반박을 주고받으며 여론전을 이어갔다.

MBK는 22일 글로벌 독립투자 리서치플랫폼 스마트카르마가 최근 발표한 '고려아연 경영에 대한 MBK파트너스의 4가지 주요 우려 사항들' 제목의 리서치 노트를 공유하며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최윤범 회장 취임 후 급속도로 악화했다는 주장을 재확인했다.

스마트카르마는 리서치 노트를 통해 "고려아연의 부실 투자(poor investments), 악화하는 수익성,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자사주 교환으로 늘어난 유통주식 수 등 MBK의 우려 사항들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고려아연의 부실 투자는 회사의 부담을 키운 핵심 우려 사항 중 하나"라며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는 재무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MBK의 우려는 특별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스마트카르마는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다른 대형 PE사들이나 재벌 기업들이 최 회장을 도울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2조 원은 작은 규모가 아니기에 자금 모집 여부가 문제"라며 어려움이 있다고 짚었다.

MBK는 최윤범 회장이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하더라도 대항 공개매수에 필요한 2조 원 규모의 자본은 조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통상 증권사가 내어줄 수 있는 주식담보대출비율(LTV)은 40%로, 최씨 일가의 지분(15.6%)을 적용하면 5000억 원여로 추산된다. 이를 넘어선 자금을 대출받을 경우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사법 리스크를 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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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9.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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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은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재무 상태를 왜곡하는 '통계 조작'으로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속내를 감추는 행위"라고 맞받았다. 고려아연은 이미 국내 신용평가사 2곳으로부터 최고 수준의 신용 등급을 인정받았는데, MBK가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재무·경영 상태를 고의로 비틀어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NICE)신용평가가 평가한 장기신용등급은 ▽AA+(안정적), 단기신용평가등급은 A1"이라며 "그런데도 MBK파트너스와와 영풍이 금융당국과 시장, 투자자들이 신뢰하는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마저 신뢰하지 못하는 건 이미 그들이 합리성을 잃어버렸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이 최윤범 회장의 신사업 투자를 '부실 투자'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친환경 자원순환 사업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무지"라고 비판했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신사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초기 손실를 문제삼는 건 단기수익만 좇는 사모펀드의 한계만 노출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을 "국가기간산업을 한 번도 운영해 본 적 없는 투기자본, 중대재해와 환경오염으로 낙인찍힌 '빌런 연합'"이라며 "제대로 고려아연을 경영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고려아연과 MBK는 전날(21일)에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고려아연 사외이사 전원이 최윤범 회장 지지를 선언하자, MBK는 고려아연 사외이사 7명 중에 부적격 인사가 있다고 주장, 이사회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반격한 것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 이사진 5인 중 대표이사 2인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점을 파고들기도 했다. 현재 영풍 이사진은 사외이사 3명뿐인데,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결정한 것이 과연 정상적인 의사결정이냐는 것이다. 특히 경영상 권한이 없는 장형진 고문이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해 온 점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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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고려아연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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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려아연은 오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MBK와 영풍의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70년 넘게 '한 지붕 두 가족' 동업 관계였던 영풍과 고려아연이 갈등을 빚게 된 이유와 세계 비철금속업계 1위인 고려아연의 경쟁력 등을 설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중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주도한다. 이 부회장은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40년간 회사의 성장을 이끈 인물로, 최윤범 회장의 삼촌인 최창영 명예회장과 함께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으로 불린다. 최 회장의 최측근으로 멘토 역할을 하는 '믿을맨'으로 유명하다.

고려아연이 24일 기자회견을 잡은 점도 공교롭다. 이날은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데드라인이다. 자본시장법상 이날까지 공개매수가 가격 인상을 결단하지 못하면 공개매수 기간을 추가로 10일 연장해야 한다.

이에 업계에선 고려아연이 기자회견을 통해 주가를 띄워 MBK·영풍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공개매수 기간 자체를 늘리려는 '한 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매수 선언 이후 32% 급등해 이미 공개매수 가격인 66만 원보다 11.4% 높게 형성됐는데, 추가로 주가가 오르면 MBK도 공개매수가를 높여야 한다. MBK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공개매수 기간을 연장하면 최윤범 회장은 우군 확보와 자금을 조달할 시간을 벌 수 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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