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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하노이 리포트] 日매체 "김정은, 열차로 25일 밤 베트남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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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北 2차 정상회담 D-5 ◆

매일경제

2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미·북정상회담을 위한 의제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의제 협상을 하기 위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숙소인 뒤파르크 하노이 호텔로 들어가고 있다(왼쪽 사진). 비건 대표가 하노이 주재 미국대사관 방문을 마친 뒤 숙소에 들어서고 있다(오른쪽 사진).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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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동시에 하노이에 집결하면서 제2차 미·북정상회담 전초전(前哨戰)이 본격 막을 열었다.

두 대표는 오는 27~28일 열리는 정상회담 본게임을 앞두고 협상 과정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수차례 만나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까지 남은 날은 고작 6일에 불과해 지체할 시간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협상 결과 기대치를 낮추는 발언을 하는 가운데 두 대표 간 의제 실무협상을 통해 진전된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21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비건 대표와 김 대표는 이날 오후 뒤파르크 하노이 호텔에서 만나 4시간30분가량 의제 실무 협상을 벌였다. 이 호텔은 비건 대표가 머물고 있는 숙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에서 첫 의제 협상을 위해 김 대표가 비건 대표의 호텔로 직접 찾아간 셈이다. 두 대표의 회동은 지난 6~8일 평양에서의 만남 이후 약 2주 만이다. 양측은 미·북 외교관계 수립과 비핵화, 한반도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담긴 '하노이 선언문'을 조율하는 데 집중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비건 대표과 김 대표는 미북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각자의 정상에게 최대한의 선택지가 담긴 카드를 내밀어야 할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협상은 매우 구체적이고 치열한 주고받기식 과정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비건 대표는 20일 늦은 밤 하노이 노아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뒤파르크 하노이 호텔에 여장을 푼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 역시 이날 오후 6시를 갓 넘긴 시간에 노이바이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과 동행한 장면이 목격됐다. 김 대표는 북한 실무자 숙소인 베트남 정부 영빈관으로 곧장 향했다.

비건 대표와 김 대표는 각각 숙소에서 늦게까지 치열한 협상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영빈관과 크라운호텔 보안은 대폭 강화돼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모습이다. 전장에 나가기 직전 긴장의 절정으로 향하는 열기가 하노이 전체를 휘감고 있다. 숙소 앞에 포진한 내외신 취재 열기가 회담 분위기를 더욱 극적으로 몰고 가고 있다.

하노이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까지 어떤 교통수단을 택할 것인지를 놓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현재로서는 '하노이행 기차, 평양행 비행기' 시나리오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후지TV는 김 위원장이 열차를 이용해 25일 밤 베트남에 도착할 것이라며 구체적 일시를 밝혔다. 방송은 21일 복수의 베트남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25일 밤 중국과 베트남 국경 인근에 있는 랑선성 동당역에 열차를 타고 도착한 뒤 자동차로 갈아타고 하노이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17일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을 비롯한 북한 의전협상팀이 동당역을 시찰하고, 20일에는 선발대가 국경을 넘어가 중국 쪽에서 준비작업을 하는 등 열차 루트 최종 점검에 들어간 모습이 후지TV에 의해 확인되기도 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온다. 중국 광저우까지 비행기를 타고, 광저우부터 하노이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방식이 '제2안'으로 떠오른다. 김 부장이 하노이에 오기 직전 광저우에 들른 것은 이 같은 동선을 점검하기 위한 사전 답사였다는 추측도 나온다.

반면 하노이에서 평양으로 돌아갈 때는 육로보다는 항공로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틀간 긴장 속에서 정상회담을 치른 김 위원장에게 장시간 육로 여행이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하노이 내 한국 기업의 긴장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하노이를 대표하는 고층 건물인 하노이 롯데타워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대적인 단장에 나서 주목을 끈다. 롯데 측은 김 위원장이 롯데타워 꼭대기층 전망대에 들를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임성복 하노이롯데호텔 총지배인은 "건물 구석구석을 꼼꼼히 청소하고 낡은 비품도 교체했다"며 "김 위원장이 들를 것이라는 통보는 아직 없지만 만약의 가능성에도 대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이 같은 움직임을 대북 사업을 겨냥한 그룹 측 속내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북한과 교류가 활성화하면 롯데그룹이 보유한 식품·주류·호텔·마트 등 계열사는 당장 북한 시장을 겨냥한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지난해 롯데그룹이 계열사 임원을 총집결해 '북한 사업 태스크포스'를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노이 = 홍장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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