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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마크롱 등장에 "더러운 유대인" 댓글 넘쳐…페북 생중계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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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3 방송, 페이스북 라이브로 마크롱의 유대인 혐오범죄 현장방문 생방송

"하일 히틀러" 등 나치 찬양, 유대인 혐오 댓글 쏟아져…도중에 중계 끊어

연합뉴스

프랑스 동부의 한 유대인 묘지의 묘비 80여개에 나치의 문양인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19일 유대인 커뮤니티 지도자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오른쪽) [EPA=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대통령이 유대인 혐오범죄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을 프랑스의 지상파 방송사가 SNS(소셜네트워크)로 생중계하다가 "더러운 유대인", "히틀러 만세" 등의 댓글이 넘쳐나 중계를 중도에 끊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프랑스에서 최근 급격히 확산하는 반(反) 유대주의와 유대인 혐오 정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로 평가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9일 동부 알자스 지방 카첸하임의 한 묘지를 방문해 유대인 혐오범죄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이 마을의 유대인 묘비 80여개에 나치의 문양인 하켄크로이츠(스와스티카)가 스프레이 페인트로 새겨져 훼손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를 명백한 유대인 혐오범죄로 규정하고 극우 신(新)나치주의자들로 추정되는 용의자들을 쫓고 있다.

그런데 유대인 혐오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관련 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대통령이 마련한 자리가 또다시 혐오 발언으로 얼룩졌다.

공영방송 '프랑스 3 알자스'가 마크롱의 현장 방문을 '페이스북 라이브'(영상 생중계 기능)를 통해 인터넷 생중계를 하자 네티즌들이 영상을 보며 실시간으로 유대인 혐오 발언을 마구 쏟아낸 것.

네티즌들은 마크롱 대통령과 유대인 커뮤니티 지도자들이 등장하자 "더러운 유대인들", "하일 히틀러"(히틀러 만세) 등의 댓글을 잇달아 달았다.

유대계 자본의 투자은행인 로스차일드에서 인수합병 전문가로 일한 경력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은 유대인 혐오 발언의 대상으로 자주 지목되고 있다.

프랑스 3 채널은 이런 댓글들이 걷잡을 수 없이 달리자 결국 페이스북 라이브 생중계를 도중에 끊어버렸다.

댓글 관리를 맡은 2명의 기자만으로는 도저히 라이브 방송이 혐오 댓글로 얼룩지는 것을 막기 어려웠다고 한다.

프랑스 3 알자스 방송의 에메릭 로베르 디지털부문장은 성명을 내고 "단순히 어리석은 발언이나, 마크롱 반대가 아니라 유대인 살해 촉구, 혐오·인종차별 댓글이 공공연하게 달렸다"면서 "끔찍하고 불법적인 코멘트들이 우리 능력 밖의 수준으로 마구 게시돼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은 온라인 공간이지만 네티즌 역시 형법을 피해갈 수 없다"면서 앞으로 비슷한 성격의 이벤트가 있을 때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를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에서 유대인 혐오 발언이나 나치 찬양은 그 자체만으로 범죄에 해당한다.

2차대전 당시 나치의 점령하에 괴뢰정권(비시정부)이 유대인들을 색출해 아우슈비츠 등 수용소로 보낸 경험이 있는 프랑스는 종전 후 유대인 혐오를 범죄로 규정해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유대인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로, 최근 유대인 혐오 정서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사회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마크롱은 20일(현지시간) "반유대주의가 2차대전 이래 최악의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인터넷상 혐오 발언을 줄이기 위한 법률 제정을 포함해 5월까지 관련 대책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먼저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혐오 발언을 지우고 게시자의 신원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쓰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yonglae@yna.co.kr

연합뉴스

지난 19일 프랑스 동부 카첸하임의 유대인 혐오범죄 현장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근심 어린 표정(오른쪽). 왼쪽은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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