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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사설] 더 커진 소득격차, 일자리 늘리고 재분배 속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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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해 4분기 소득분배 지표가 사상 최악으로 나왔다. 전체 가구의 평균 소득은 늘어났는데 저소득층만 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461만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3.6% 증가했다. 2012년 4분기(5.4%)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하지만 소득 계층별로 보면, 고소득층과 중간층은 소득이 증가한 반면 하위 40%인 저소득층은 감소했다. 특히 상위 20%는 10.4% 늘었으나 하위 20%는 17.7% 줄었다. 그 결과 5분위(상위 20%) 소득이 1분위(하위 20%)의 몇배인지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이 5.47배로,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4분기 기준으로 가장 크게 벌어졌다.

1분위 가구의 소득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근로소득이 36.8% 감소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고용사정 악화에 저소득층 가구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실제로 1분위 가구 중 가구주가 무직인 비율이 2017년 4분기 43.6%에서 지난해 4분기 55.7%로 늘었다. 경기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저소득층이 주로 일하는 임시·일용직과 자영업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4분기 임시·일용직은 1년 전보다 15만1천명, 자영업자는 9만3천명 감소했다. 1분위 가구의 취업가구원 수도 같은 기간 0.81명에서 0.64명으로 1년 새 20% 넘게 줄었다.

여기에 고령화 영향으로 1분위 가구에 일자리를 얻기 힘든 고령자가 늘어난 것도 근로소득 감소를 불렀다. 1분위에서 가구주가 70살 이상인 가구 비중이 2017년 4분기 37%에서 지난해 4분기 42%로 5%포인트 확대됐다. 또 비교 시점인 2017년 4분기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20.7% 늘어난 것도 ‘기저 효과’로 작용했다.

반면 고소득층과 중간층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임금 상승 등에 힘입어 근로소득이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상용직 증가는 34만2천명에 이른다.

소득분배 악화는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에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정부가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부터 기초연금을 월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렸고 올해 4월부터는 하위 20%에겐 30만원을 지급한다. 7월부터 실업급여 지급액과 기간이 확대되고, 대상과 금액이 대폭 늘어난 근로장려금(EITC)은 9월부터 지급된다. 또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실직자에게도 소득을 지원하는 ‘한국형 실업 부조’가 내년부터 도입된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에서 사각지대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정책 추진에 최대한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일자리를 늘리는 일이다. 경기 회복으로 민간 일자리가 충분히 늘어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게 당장 어렵다면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통해 저소득층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면 재분배 정책의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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