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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서민의 내 인생의 책]⑤아내가뭄 - 애너벨 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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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은 같이합시다

경향신문

“왜 여성 중에는 셰익스피어가 없을까?” 일찍이 버지니아 울프 여사는 여성에게 연 500파운드의 돈과 글을 쓸 자기만의 방이 주어진다면, 여성 중에서도 셰익스피어가 나올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위대한 여성 소설가가 많아진 지금은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 “왜 여성 중에는 정·재계를 휘어잡는 위인이 없을까?”

호주에서 정치평론을 하는 애너벨 크랩은 <아내가뭄>이란 책에서 이렇게 답한다. “여성에게 아내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결혼은 남성에게 이익이고 여자에게 손해다. 직장생활을 더 잘할 수 있게 아내가 뒷바라지를 하니 말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결혼한 남자들은 미혼인 남자보다 평균적으로 약 15% 더 많이 번다.” 저자는 이를 ‘결혼 프리미엄’이라고 하는데, 아이가 생기면 이 프리미엄은 더 커진다. 25세 호주 남성이 40년간 직장생활을 한다고 치자. 아이가 없는 경우 이 남성은 200만 달러를 번다.

하지만 아이가 있다면 버는 돈은 250만 달러로 뛴다. 여성은 어떨까? 아이가 없으면 여성은 아이 없는 남성과 비슷한 190만 달러를 번다. 하지만 아이가 있으면 소득은 130만 달러로 떨어진다! 주목할 점은 호주 남성들이 전 세계에서 집안일을 가장 많이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호주도 여성 위인이 가물에 콩 나듯 나온다니, 남성이 집안일 안하는 걸 미덕으로 삼는 한국에서 여성 위인이 나타나는 건 훨씬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아내가뭄>은 어느 책보다 설득력 있게 가사분담의 당위성을 역설하는데, 이 책이 널리 읽힌다면 이런 현실도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내 인생의 책으로 뽑은 이유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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