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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남북 철도연결 넘어 다자 참여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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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남북 경협 카드 꺼낸 속뜻

금강산·개성 사업은 남북에 국한

철도·도로 연결은 동북아 확장성

‘제재’ 밖에서 가능…국제 지지도

미국에 대북협상 카드 폭 늘려주고

북에도 국제적 경협 길 트기 효과

트럼프 ‘제재 완화’ 시사 주목할 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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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라는 동북아시아 다자 협력 프로젝트의 비전이 있다. 비핵화에 맞물릴 제재 완화 상응조처 카드 측면에서 남북 경협에 국한된 금강산·개성 사업과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동북아 교통 협력 전문가인 안병민 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며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요구한다면 역할을 떠맡을 각오”를 밝힌 데 대한 분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담판 때 비핵화 상응조처로) 쓸 카드의 종류를 우리가 늘려줄 수 있다는 의미”라며 “관점의 이동”이라고 풀이했다.

김 대변인은 발표문에 “철도·도로 연결”을 적시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숨겨진 포석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철도와 도로 연결은 한반도 공동 번영의 시작”이라며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2차 정상회담을 앞둔 북-미를 포함해 한·중·러·일 등 6자회담 참여국을 포괄하는 다자 협력 프로젝트다.

이 ‘확장성’이 중요하다. ‘비핵화-제재 완화 퍼즐’ 풀이로 골머리를 썩이는 북-미 양쪽에 ‘해법 찾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어서다. 미국은 ‘국제 제재 레짐(체제)’을 유지하려 한다. 비핵화 압박 수단으로서 유용성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국내 여론을 의식한 접근이다. 반면 “경제 집중”을 새 전략노선으로 채택한 김 위원장으로선 남북경협을 넘어 중국 등 국제사회와도 경협의 길을 열 실마리가 절실하다. 다자 협력 프로젝트의 씨앗을 품은 철도·도로 사업이 접점이 될 수 있다.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21일 “경협사업을 제재 완화 카드로 쓴다면 김 위원장의 처지에선 금강산·개성보다 철도·도로 사업이 더 매력적일 것”이라며 “남북중, 남북러 등 동북아 다자 협력의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철도·도로 사업을 ‘제재 레짐’ 밖에 둘 근거도 있다. “비상업적이고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 인프라 사업”은 “사안별로 (대북제재)위원회의 승인”을 전제로 가능하다고 규정한 유엔 결의 2375호 18조다. “북-중 수력발전 인프라 사업”과 “오로지 러시아산 석탄의 수출을 위한 북-러 나진-하산 항만·철도 사업”은 이미 제재 대상이 아니다. 철도·도로 사업을 ‘다자 협력 프로젝트’로 발전시키는 데에는 “동북아 전반에서 경제 협조를 확대하는 데 유리한 환경 마련”이라는 ‘북-미 공동코뮈니케’(2000년 10월12일) 문구와 “다자 경협 약속”이라는 6자회담 9·19공동성명(2005년) 3조가 ‘국제적 지지’의 근거로 원용될 수 있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 회견에서 “나는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다”면서도 “나는 그렇게(제재 해제·완화) 하고 싶지만 반대편(북한)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제재 완화’ 가능성을 입에 올린 건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 확정 뒤 처음이다. 문 대통령과 통화 직후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제재 완화나 상응조처와 관련해 전보다 폭이 넓어진 언급”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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