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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역컨벤션 효과’ 눈총에 조용해진 ‘태극기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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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부울경·제주 합동연설회

김병준 “야유 때마다 박수” 호소

욕설 줄고 후보연설에 귀 기울여

‘어차피 당대표 황교안’ 판세에

오세훈-김진태 ‘2위 싸움’ 치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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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 레이스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 앞서 두차례의 합동 연설회가 ‘태극기부대’의 욕설과 폭언으로 얼룩졌다는 당 안팎의 비판이 나오면서,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제주 합동연설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전당대회까지 엿새 남은 가운데, 1강(황교안)-2중(김진태·오세훈)인 당대표 선거 구도에서 ‘2위 경쟁’도 관전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합동연설회에선 후보들과 당 지도부들의 ‘태극기 자제 요청’이 잇따랐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야유가 나올 때마다 박수 소리로 덮어달라”고 호소했고, 오세훈 후보는 “(내년 총선이) 한국당 심판론으로 둔갑할 수 있다” “당이 백척간두의 낭떠러지에 있다”고 말했다. 당에서는 일반 당원들이 앉는 좌석을 뒤로 배치하고 경계에 울타리를 세우는 등 질서 유지에 신경쓰며 “품격을 유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 1·2차 연설회와 비교하면 야유와 욕설은 줄고, 경쟁 후보의 연설에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막말 연설’도 잦아들었다. “저딴 게 대통령이냐”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자” 등 거친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과격한 언행으로 전당대회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후보들은 ‘박근혜 탄핵 반대’ 등 논란이 되는 주제 대신, 지역경제 침체와 김경수 경남지사 구속 등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황교안 후보는 “부산의 경제를 망친 주범은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공세를 펼쳤고, 김진태 후보는 “이 정부 최저임금·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끝내야 한다” “저는 문재인 정권과 싸우러 나왔지 내부와 싸움하러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후보는 “엉터리 경제정책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총선으로 혼내줘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합동연설회(22일) 한차례와 당대표 후보들의 티브이(TV) 토론회 두차례만 남긴 가운데, 자유한국당 안에선 ‘어당황’(어차피 당대표는 황교안)이라는 말이 나온다. ‘황교안 대세론’ 아래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오세훈 후보와 극우세력의 지원을 받는 김진태 후보의 ‘2위 경쟁’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누가 2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자유한국당의 향후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전체 선거인단(37만8천명)의 2%에 불과한 ‘태극기부대’가 연설회장을 휩쓸면서 마치 ‘대세’인 듯 착시효과를 일으킨다고 우려한다. 이런 분위기에 실망한 일반 당원들은 투표하지 않고, 대신 극렬 ‘김진태 지지자’들이 집중 투표를 할 경우 김 후보가 2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태극기부대의 ‘저력’이 확인되면, 당이 급격히 극우 성향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오세훈 후보의 인지도는 높지만 수도권을 제외하면 당내에서 이렇다 할 지지세가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있진 않다.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지난해 11월 전격 입당한 그는 ‘후보등록 보이콧’을 주장하다 번복하는 등 우왕좌왕해 동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샤이 개혁보수’가 ‘태극기 준동’을 계기로 결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 후보가 2위로 자리매김하면 중도 확장을 주장하는 오 후보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유경 기자, 부산/김미나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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