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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문 닫은 국회, 잠자는 금융법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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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 강화· 예금자보호법 개정 등 관련 법안들 계류 중

P2P· 금융개혁 관련 법안도 처리 지연…금융개혁 작업 중단 우려

세계파이낸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국회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금융 관련 주요 법안들 대부분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로 인해 자칫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개혁 작업의 추진 동력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국회의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엔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5개의 법안(정부 발의안 1개 포함)이 계류 중이다. 지난해 11월 법안심사소위에서 정부안과 이종걸 의원안을 다룬 게 마지막 논의다.

두 법안 모두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자는 점에서 큰 틀은 유사하다. 정부안은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영업행위 준수사항, 금융소비자정책 종합계획 수립, 금융교육 지원 및 금융분쟁조정 등 금융소비자 관련 제도를 규정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게 골자다.

이종걸 의원안은 모든 유형의 금융상품 판매에 대해 통합된 규제체계를 구축해 사전적으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하려는 취지다.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손해액 추정,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집단소송제도 등을 도입해 금융소비자 피해의 사후적 구제수단 강화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서비스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의 기본 틀인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하루 빨리 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업무범위에 착오송금 피해 구제업무를 추가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소관위접수 상태에 머물러 있다. 개정안은 예보가 수취인 거부로 반환되지 않은 착오송금 관련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매입하고, 이후 수취인을 상대로 한 소송 등을 통해 회수함으로써 착오송금 피해자의 재산상 손해를 줄이자는 게 뼈대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은행권에서 신고된 착오송금은 약 9만 2000건(2385억 원)으로 이 가운데 약 5만 2000건이 송금인에게 반환되지 못했다. 반환율은 43.7%에 그친다.

P2P관련 법안도 진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정무위원장)은 지난 2017년 '온라인대출중개업법'을 발의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개인간 대출거래는 여러 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P2P 대출거래에 대한 법제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1일 P2P 법제화 방안 공청회에서 "한국은 P2P 관련 법적 체계가 미비함을 감안할 때 P2P 금융에 대한 법적 규율체계를 마련해 이용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을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파이낸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금융 법제화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개혁 관련 법안들도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의원이 대표발의한 신용정보법도 소관위접수 상태다. 개정안은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산업), 전문개인신용평가업 및 개인사업자신용평가업 도입을 비롯해 현행 신용조회업의 업무체계 정비 등을 통해 신용정보 관련 산업에 관한 규제체계를 선진화하자는 게 골자다. 정보활용 동의 제도의 개선, 개인신용정보의 전송요구권 도입 등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를 보다 내실있게 하자는 취지다.

김병욱 의원은 지난 11일 금융위와 공동 개최한 입법 공청회에서 "전세계적 흐름에 맞춰 대한민국도 데이터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안전하게 조치된 '가명정보'의 개념을 명확히 해 활용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이용 과정에 대한 안전장치 및 사후통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이론의 여지가 적은 법안들도 진전이 없다. '(국책은행·금융공기업 등이)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법률에 명시하자는 한국산업은행법·한국수출입은행법·중소기업은행법·예보법·캠코법 개정안(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발의)과 일본식 용어인'차주(借主)'를 보다 알기 쉬운 용어인 '차용인'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은행법 일부 개정안(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도 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계류 중이다.

상황이 이렇자 자칫 금융법안의 처리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선거 준비 국면에 들어가게 된다는 점에서 금융 관련 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핀테크 업체, 데이터분석업체, 법무법인 등 여러 분야에서 금융 혁신 법안의 통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만큼 국회가 조속히 관련 법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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