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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위기 때마다 ‘이명박·박근혜 탓’…“정권 교체 왜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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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22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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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싶다.” 지난해 말 민주평화당의 한 의원이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경제 침체의 원인 등을 연이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탓으로 돌리자 이를 비꼰 것이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여당의 ‘이명박ㆍ박근혜 탓’ 프레임이 다시 논란이다. 민주당 설훈 의원의 20대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한 발언 때문이다. 설 의원은 지난 22일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분들(20대)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지금 20대를 놓고 보면 그런 교육(민주주의 교육)이 제대로 됐나 하는 의문은 있다”고 말했다. 20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이들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민주주의 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당장 20대가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설 의원 발언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한 네티즌은 “민주당은 잘 된 것은 자기 덕이고 잘못된 것은 모두 남 탓을 한다”고 썼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24일 통화에서 “민주당이 야당 하면서 내가 하는 일은 도덕적으로 옳지만 잘못된 것은 남 핑계를 대는 것이 체질화돼서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수석대변인인 홍익표 의원의 발언도 뒤늦게 논란이 됐다. 홍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5ㆍ18 망언과 극우 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냐. 그 당시 학교 교육이라는 것이 거의 반공(反共) 교육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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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NS 캡처]


민주당은 지난해 경제 이슈에서 여당이 불리할 때마다 ‘전 정부 탓’ 카드를 꺼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해 7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용 부진은 지난 정부 10년간 생산인구 감소,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 악화 등 구조적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전달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증가 폭이 7만 2000명으로 8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이를 전 정부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또 박영선 의원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지난해 9월 보도자료를 내고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 당시 금리 인하 정책으로 풀린 자금이 지금 부동산값 폭등의 주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민주당은 사건ㆍ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전 정부 탓을 해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강릉선 고속열차(KTX) 탈선 사고가 발생한 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KTX의 연이은 사고가 이전 정부들이 공기업 평가 기준을 바꿔 수익성을 앞세운 결과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수진 최고위원은 같은 달 발생한 서부발전 화력발전소의 김용균 씨 사망사고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과 보수 정권은 경제가 어렵다며 십수 년간 저임금 비정규 일자리를 폭발적으로 늘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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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8일 오전 7시 35분께 강원도 강릉역에서 출발한 서울행 KTX 열차가 출발 5분 만에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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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여당의 ‘전 정권 탓’ 발언이 논리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여당 입장에서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이 지속하거나 타임래그(time lagㆍ시간 지체)가 있어서 집권 초기에는 전 정책의 여파가 미치는 경우도 있지만, 이제는 집권 3년 차다. 계속 적폐의 문제라며 전 정부 책임을 묻는 건 5년 단임제인 한국 정치에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민주당의 ‘전 정부 탓’ 발언이 지지층을 모으는 전략적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현재 문제가 다 과거 정부 탓이라고 할 거면 뭐하러 정권교체 했나. 국민은 지난 정부의 잘못을 이번 정부가 바로잡아 빨리 성과를 만들어 달라는 바람으로 정권을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ㆍ백희연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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