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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봄꽃 나들이] 봄꽃 떠올리니 배시시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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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덜 춥다. 이번주 일기예보를 보니 한낮 기온이 10도까지 올라가는 날도 여럿이다. 벌써 겨울이 끝난 것인가 하는 아쉬운 마음보다는 봄이 한 발짝 가까워졌다는 마음에 배시시 웃음이 난다. 어쩐지 다른 계절로의 변화보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이 더 신나고 더 행복하다. 매년 이맘때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매년 내리는 결론은 똑같다. 봄날이 행복한 이유의 9할은 꽃 때문이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얄밉다. 하나 계절 변화에 맞춰 정직하게 피는 꽃은 하염없이 반갑다. 봄꽃 유랑의 유일한 불청객은 바로 교통체증. 운전대 앞에 앉아 스트레스 받는 시간을 없애기 위해 기차로 갈 수 있는 꽃 여행지를 모았다.

◆산허리에 걸린 하얀 꽃구름,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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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젖줄 섬진강은 봄이 되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섬진강의 봄을 알리는 것은 순백의 매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매화 명소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홍쌍리 여사다. 시아버지의 뒤를 이어 반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20㏊(약 6만평)에 달하는 청매실농원을 가꿨다.

청매실농원에 인접한 길은 광양을 지나는 지방도 861번 도로지만 부러 섬진강 건너 하동을 통과하는 국도 19호선을 이용한다. 화개장터와 악양면을 지나 하동 읍내로 향하는 길에 섬진강 건너 절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허리춤에 매화 구름을 두른 백운산과 넉넉하게 흐르는 섬진강 풍경은 인간 세상의 것이 아니다. 한 번쯤 섬진강이 보이는 광양이나 하동에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순전히 이 풍경 때문이다.

물론 매화가 절정에 다다르는 축제(3월 8~17일) 기간에는 양쪽 도로에 승용차부터 관광버스까지 가득하다. 주말엔 엄두도 못 낸다. 평소 같으면 5분에 갈 거리가 30~40분 걸린다. 한번 교통체증을 경험하고 나니 다시는 차를 가지고 갈 엄두가 안 나더라. 대안으로 기차 타고 가는 여행을 검색해본 이유다.

백운산과 섬진강 사이 산비탈에 조성된 청매실농원에는 10만그루가 넘는 매화나무로 빽빽하다. 청매실농원 매화는 보통 2월 말~3월 초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해 3월 중순이면 절정에 이른다. 꽃이 만개한 청매실농원에 발을 디디면 달콤한 꽃 향이 코를 찌른다. 산뜻한 매화 향에 흠뻑 취해 농원 곳곳으로 연결되는 산책로를 거닐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계곡에 수놓아진 노란 기운, 산수유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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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축제가 열리는 구례. 반곡마을에선 맑은 계곡과 어우러지는 산수유꽃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 = 코레일관광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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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면적이 48만㎢에 달하는 지리산은 경남 하동군·함양군·산청군, 전남 구례, 전북 남원 등 3개 도와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정식 탐방코스만 16개, 2박3일 혹은 3박4일 시간을 들여야지 종주(縱走)가 가능한 한반도의 몇 안 되는 산이다. 이 거대한 지리산 문턱이 낮아지는 계절이 있다. 평소 등산을 엄두도 못 내는 사람도 초봄만 되면 지리산을 기웃거린다. 산수유 때문이다.

목적지는 전남 구례, 지리산 서쪽 골짜기로 파고든다. 전국 산수유 총생산량 중 70%를 구례가 책임지는데, 그중 90% 이상이 산동면에서 난다. 주산지는 산동면 위안리 상위·하위·반곡마을, 계천리 계척·현천마을. 한국전쟁 때 빨치산이 숨어들었다는 첩첩산중 오지에 매년 봄이면 전국에서 상춘객이 몰려든다.

반곡마을에선 맑은 계곡과 어우러지는 산수유꽃을 볼 수 있다. 계곡 옆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눈으로는 산수유나무를, 귀로는 청아한 물소리를 담는다. 이따금 나타나는 전망 데크에선 계곡에 비친 산수유꽃 반영도 감상할 수 있다. 현천마을에는 저수지를 따라 산수유꽃 향연이 펼쳐진다.

매년 봄 열리는 구례 산수유꽃 축제에 가면 꽃구경은 물론 산수유로 만든 샌드위치·와플·호떡·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간식거리를 직접 만들어 먹는 체험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올해 축제는 3월 16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하늘에서 내리는 분홍 꽃비,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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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안민고개 벚꽃길.


경남 창원시 진해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벚꽃놀이 일번지다. 진해에 심어진 벚나무는 총 40만그루. 진해의 인구가 18만명이니까 벚나무가 사람보다 두 배 많은 셈이다. 진해 곳곳에 벚꽃놀이를 즐기는 포인트가 있다. 물가가 좋으면 여좌천변, 산이 좋으면 장복산, 기차선로와 어우러진 이색적인 풍경을 찾는다면 경화역을 추천한다.

여좌천 근처 내수면 생태공원은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다. 국립수산연구원 양식어 연구소에서 연구 목적으로 저수지와 공원을 조성해 처음엔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했다가 2008년 개방했다. 저수지를 따라 벚나무·단풍나무·능수버들 등이 심어져 있어 산책하기 좋다. 기찻길 양옆으로 벚나무가 도열한 경화역은 더 극적이다. 벚꽃이 만개하면 벚꽃 터널이 만들어지고 그 안을 정차해 있는 기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벚꽃 트레킹은 장복산이 제격이다. 장복산 조각공원에서 시작해 안민고개까지 이르는 4㎞ 구간 벚꽃이 특히 곱다. 등산이 싫다면 제황산공원 진해탑이 답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진해탑에 오르면 진해 앞바다와 시가지를 수놓은 벚꽃길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진해 군항제(4월 1~10일) 때만 특별히 개방하는 해군기지사령부와 해군사관학교도 진해를 대표하는 벚꽃 명소다. 살랑이는 봄바람을 타고 벚꽃잎이 흩날리는 장면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흡사 눈보라처럼 쏟아지는 꽃잎을 온몸으로 맞는 건 봄날 누릴 수 있는 가장 로맨틱한 일이다.

▶▶ 여행 tip = 코레일관광개발이 운영하는 봄꽃 기차여행 상품을 이용하면 교통체증 걱정 없이 편하게 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 광양 매화와 구례 산수유를 한꺼번에 즐기는 무박2일 기차여행 상품은 3월 15일에 출발한다. 왕복 열차비와 연계차량비 등이 포함된 여행 경비는 8만3000원으로 어른과 어린이 동일하다. 진해 벚꽃열차는 3월 25일부터 4월 10일까지 매일 출발한다. 어른 10만9000원, 어린이 9만9000원. 예약은 코레일관광개발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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