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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탄력근로제 노사정 합의, 드라마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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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피플]마지막 '1인 2역' 근로기준정책관, 김경선 고용노동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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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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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첫 노사정 합의인 '탄력근로제 개편'이 확정됐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국은 십수차례의 회의와 해외사례 실태조사, 외국 법·제도 연구 결과를 노사 양측에 알리고 설득하느라 3달 동안 주말 없이 일했다. 크리스마스와 신정 휴가도 반납한 채 탄력근로제 고비를 넘겼더니, 이제는 30년만의 최저임금제도 개편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국은 요즘 가장 '핫'한 고용노동 이슈를 다루는 부서다. 연간 36만건의 사업장 신고사건과 2만6000여건의 사업장 근로감독은 일상 업무다.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어기는 사업장을 감독하면서 주 52시간 근로시간이 현장에 안착되는지도 점검한다.

김경선 고용부 국장(50)은 이처럼 일더미에 파묻힌 근로기준국을 마지막으로 이끌 근로기준정책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부는 근로기준국의 과중한 업무량 때문에 근로감독 전담조직을 신설하려 한다. 하지만 실제 조직개편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이 같은 생활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김 국장은 "30년 가까이 공직생활 하면서 이렇게 바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1992년 행정고시 35회로 고용부에 들어온 김 국장은 그동안 청와대 파견, 대변인 등 일 많다는 보직을 적지 않게 거쳤다. 그럼에도 최근 노동존중사회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근로기준정책관에게 몰리는 업무가 과거 '일복'을 뛰어넘는다. 그는 "저도 그렇지만 한창 엄마 아빠 손길을 필요로 하는 어린 자녀들을 둔 사무관, 서기관들이 매일 야근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주는 그중에서도 정점이었다. 17~19일 연이어 열린 경사노위 제도개선위 7~9차 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특히 7, 8차 회의는 낮에 시작해 이튿날 새벽에서야 끝났다. 하루 2시간씩밖에 자지 못하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철야 회의가 이어지다보니 대중교통으로 출근한 사실도 잊고 주차장에서 한참 서성이다 정신을 차리기도 했다.

김 국장은 탄력근로제 개편 과정에 대해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고 돌아봤다.

"노사가 팽팽히 맞서 합의가 어려울 거라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국회에서 논의를 요청한 지난해 11월부터 이번달까지 논의를 마쳐야한다는 부담도 있었고요. 어느 정도 의견이 모였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쟁점 때문에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길 반복했습니다."

그는 "19일 노사정이 함께 서명하는 순간까지 조마조마했던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임서정 고용부 차관과 함께 노사 양측을 설득하느라 피가 말랐다. 경영계는 정치권에서 단위기간 확대를 언급한 점을 거론하며 "기간 확대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김 국장은 "일방적 결정은 후폭풍이 생기니 보완책을 함께 고민해서 합의하는 게 제도 정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득했다.

합의안은 만들었지만 노사 모두 썩 만족하는 눈치는 아니다. 김 국장은 "고용부 업무가 원래 그렇다"며 "노사 모두 반대하는 상황을 많이 겪어서, 심각하게 반대하지 않으면 나름 성공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오는 27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들고 또 다시 노사 양쪽과 만난다. 7월에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사업장에 52시간제를 도입하고, 내년 1월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 52시간제를 적용하느라 쉴 틈이 없다.

그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제가 하는 일이 수천만 노동자와 수백만 사업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감으로 버틴다"며 "일이 힘들어도 근로기준국에 와서 일하겠다는 후배들이 많은 것도 제가 새로이 일할 힘을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세종=최우영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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