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 미류나무 앞 여행객들 즐겨찾기
명물로 뜰 ‘402m 출렁다리’ 4월 완공
대웅전 눈길잡는 천년고찰 수덕사 거닐고
이응로·나혜석 머문 수덕여관 둘러보고
사과와인 맛보고 온천 물에 피로 씻고
당일치기론 너무 아쉬운 충남 예산 여행
“예당저수지, 낚시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지. 수덕사도 오래된 사찰이라 많이 들어봤고….”
충청남도 예산군은 유명 관광지 정도는 아니지만 어지간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고장이다. 국내 최대의 호수인 예당저수지(예당호)가 있어서 낚시와 매운탕 어죽 등이 잘 알려져있다. 국내 최고(最古)의 목조건물로 유명한 수덕사 대웅전도 오래 전부터 교과서에 실린 터라 가보지 않았더라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반나절이면 다 둘러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곳곳에 둘러보고 체험할 곳이 제법 많이 있는데 당일 코스 관광객이 많다는 것을 예산 사람들은 아쉬워했다.
주마간산격으로 다니면 당일코스도 충분하겠지만, 차근차근 여기저기 둘러본다면 24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먼저 대흥 슬로시티에서 느림을 배우고, 예당호에서 산책을 즐겨보자. 그리고 수덕사에서 역사와 인물과 건축까지 살펴보고, 황새공원 사과농원 와인까지 거치는 예산기행은 잔잔하지만 작은 울림을 줄 지 모른다.
국내 최대규모의 저수지인 예당호는 그 크기에도 압도되지만, 석양 무렵 풍광도 일품이다. 특히 황금나무로 잘 알려진 수중 미류나무 뒤로 노을이 질 때는 장관을 연출한다. 예당호 주위에는 새로 생기는 출렁다리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별미로 유명한 어죽전문 식당, 예당호를 바라보며 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 등이 많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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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평 예당호에 400미터 출렁다리 ‘화룡점정’=예산과 당진의 이름에서 따온 예당저수지는 국내 최대의 저수지로 여의도의 3.7배인 330만평에 둘레가 40㎞나 된다. 강태공들에게야 이미 오래 전부터 성지같은 곳이며, 아름다운 하천에도 뽑혀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예당호는 그 거대한 크기에 비해 저수량은 많지않아, 깊은 곳이라고 해야 수심 10m정도라고 한다. 겨울엔 물이 차지만, 가물 때는 군데 군데 높은 바닥은 물 위로 모습을 비친다. 물가에 미류나무들이 물속에 뿌리내리고 버티고 선 풍경도 이채롭다.
특히 ‘황금나무’로 잘 알려진 한 그루 미류나무는 이미 많은 사진애호가들과 여행객들에게, 물이 어느 정도 차야 더 아름다운 황금나무는 뒤로 석양이 질때 가지 사이로 퍼지는 노을빛이 황금처럼 보인다고 해서 얻은 별명이다. 근처에서 식사나 차를 마시다가 노을 무렵 사진찍으러 오는 사람들로 붐비기도 한다.
오는 4월 오픈 예정인 예당호 출렁다리. 400m에 이르는 보행전용 다리로 드넓은 예당호를 조망하며 산책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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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예당호 주위를 조용히 산책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곳으로 조성하는 중이다. 수면 위로 걸을 수 있는 수면 산책로가 12월 완공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으며, 예당호 둘레 중 응봉면 후사리에 길이 402m의 출렁다리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착공할 당시 보행교로는 동양최대였으나 중국이 더 긴 다리를 건설하는 바람에 동양 최대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보행교 402m에 산책로 355m, 데크로드 1.7㎞구간이 모두 만들어진 예당호의 새로운 명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월 완공예정이다.
또 예당호 주변 중 대흥리는 ‘대흥 슬로시티’마을이다. 백제부흥운동의 근거지였던 임존성을 등지고 있어 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으며 삼국시대에는 바닷물이 이곳까지 들어와 당나라장수 소정방이 배를 매놓았다는 전설을 가진 수령 1000년이 넘은 ‘배맨나무’도 볼 수 있다. ‘형님먼저 아우먼저’로 유명한 의좋은 형제의 실존 인물 이성만-이순 형제가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덕숭산 자락에 6세기에 처음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수덕사는 선 불교의 본산이다. 특히 1300년대에 만들어진 국내 최고의 목조건축물 대웅전은 700여년 세월의 풍상에도 끄덕없어 당시 선조들의 뛰어난 건축술을 깨닫게 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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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 배출한 천년고찰 수덕사…거장 이응로·나혜석의 예술혼 품은 수덕여관=예산의 관광지 중 이른 아침부터 가장 붐비는 곳이 아마 덕숭산 자락에 잡은 수덕사가 아닐까. 그만큼 잘 알려져 있으면서도, 여전히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 수덕사다.
백제 위덕왕때인 6세기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덕사는 고려 공민왕때 중건하고, 고종 2년(1865년) 만공선사가 중창한 선불교의 본산이다. 1962년 국보 제49호로 지정된 수덕사 대웅전은 700년이 넘은 국내 최고(最古)의 목조건축물로 잘 알려져있다. 맞배지붕과 배흘림기둥으로 수백년 세월을 끄덕없이 버티고 서 있다. 대웅전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또한 불교문화재 600여점을 소장 전시하고 있는 ‘근역성보관’에는 공민왕의 거문고가 눈길을 끈다. 수덕사 전체 경내에는 정혜사, 전월사, 금선대, 향운각, 소립초당, 만월당 등이 자리잡고 있어 쉬엄쉬엄 둘러볼 곳이 많다.
고암 이응로 화백이 사들여 기거하며 많은 그림을 그렸던 수덕여관. 김성진 기자/withyj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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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를 들어서면 일주문을 지나 선미술관이 나오고 바로 그 위쪽에 수수한 외관의 수덕여관이 보인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이응로 화백(1905~1989)이 해방 직전 사들여 10여년간 살았고, 많은 그림을 그렸던 곳이다. 고암 선생이 쓰던 방에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또한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로 알려진 나혜석도 몇년간 기거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고암은 50년대 후반 프랑스로 건너간 뒤 유럽화단의 주목을 받으며 그곳에 정착했다. 본부인과 이혼하며 많은 뒷말을 남기기도 했지만 고암은 동백림사건에 엮여 옥고를 치른 뒤 다시 수덕여관에서 안식을 얻기도 했다. 여관 뒤뜰 너럭바위에 남긴 문자암각화는 그의 복잡미묘한 심경을 표현한듯 하지만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고암은 1989년 국내 첫 개인전을 앞두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런 사연을 품고 있는 수덕여관은 그래서 예사로워보이지 않는다.
▶사과의 고장서 탄생한 ‘사과와인’…와인시음, 파이만들기 체험 ‘외국인에 인기’=예산은 사과로 유명한 고장이다. 충청도 사과소비량의 70%가량을 생산하던 곳일 만큼 사과맛도 좋다. 이곳에서 2만평 사과밭에6000그루의 사과나무를 재배하는 은성사과농원은 ‘관광체험형 농장 와이너리’라는 이색적인 컨셉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사과수확철에는 사과따기, 사과파이만들기 등 체험관광이 인기가 좋아 연간 3만명 이상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평택 미군부대 등 외국인들은 필수코스라고 할 만큼 많이 온다고.
이곳은 사과와인이라는 신상품으로 많이 알려졌다. 사과농사만 짓던 부부의 사위가 ‘이 좋은 사과로 술을 만들어 보고 싶다’며 평소 관심이 높았던 과일주만들기 특기를 살려 사과와인을 만들게 된 것. 캐나다에서 양조기술을 배웠으며, 아들 역시 캐나다의 대학에서 양조학을 배우고 있다. 2004년부터 와인축제에 참가했고, 2010년부터 본격적인 와인제를 시작해 농식품부와 우리술품평회가 주최한 대회에서 두차례 대상을 탈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한달간 발효한 뒤 1년을 숙성시킨 도수 12도의 와인을 연간 2만병 가량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지역과실주는 걸음마 수준이다. 전국 260개 과일주제조사의 매출은 138억원에 불과하다. 특정작물이 유명한 지방에서 탄생해 성장하고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일본, 유럽 등과 달리 주류제조를 관에서 엄격히 통제한 기간이 너무 길었던 탓이다. 사과와인 농장은 지역 특산물을 활요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시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신암면에 있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생가 ‘추사고택’에 들르면 추사의 영정을 모신 사당, 추사가 중국에서 돌아와 심었다는 천연기념물 백송도 볼 수 있다. 독립투사 윤봉길 선생의 뜻을 기리는 충의사, 흥선대원군 부친인 남연군의 묘, 백제유일의 ‘사면불’인 화전리 석조사면불상도 있다. 예산 관광객의 1/3이 들른다는 덕산온천도 ‘필수코스’중 하나다.
예산=김성진기자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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