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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경향신문 '해외축구 돋보기'

[해외축구 돋보기]레알은 메시에게 ‘크립토나이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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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코파 델 레이’선 힘 못써

무득점에도 팀은 3 대 0 승리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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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초월하는 초능력을 갖고 있는 슈퍼맨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크립토나이트라는 신비의 암석이다. 슈퍼맨은 크립토나이트 근처만 가면 사지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며 초능력도 잃어버린다. 축구의 슈퍼맨인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에게도 힘을 쓰지 못하게 하는 ‘크립토나이트’가 있다.

코파 델 레이에서 맞붙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 클라시코가 메시의 크립토나이트다.

메시는 코파 델 레이에서 통산 50골을 기록하고 있지만 유독 레알 마드리드만 만나면 골이 침묵하는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다. 28일 열린 준결승 2차전에서도 골 사냥에 실패하며 이 대회 레알 마드리드전 무득점 경기 기록이 8경기로 늘어났다. 마르카에 따르면 코파 델 레이에서 지금까지 24개팀을 상대했던 메시가 골을 넣지 못한 팀은 레알 마드리드와 2004년 딱 한 차례 격돌했던 하부리그 그라마네트 두 팀뿐이다.

메시가 레알 마드리드에 약한 것도 아니다. 통산 40경기에서 두 번의 해트트릭을 포함해 26골·14도움을 올릴 정도로 강했다. 골과 도움 모두 엘 클라시코 최다 기록일 정도로 레알 마드리드에겐 ‘저승사자’였다.

올 시즌 컨디션이 나쁜 것도 아니다. 라리가에서 25골·11도움, 챔피언스리그에서 6골·1도움, 코파 델 레이에서 2골 등 시즌 33골을 기록하며 외계인 같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에도 코파 델 레이의 레알 마드리드전 징크스만큼은 깨지 못했다.

경기 내용도 좋지 않았다. 슈팅은 하나도 날리지 못했고, 터치는 62개로 팀내 6위에 그쳤다. 메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바르셀로나의 시스템을 감안하면 메시가 얼마나 조용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보이지 않는 반칙을 불사하며 필사적으로 메시를 봉쇄한 게 효과를 봤다.

메시가 ‘크립토나이트’를 부숴버릴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으로 앞서던 후반 28분 수아레스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메시가 찰 수도 있었지만 메시는 그러지 않았다. 수아레스에게 페널티킥을 양보했다.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것은 메시의 방식이 아니다.

비록 징크스는 깨지 못했지만 바르셀로나가 3-0 완승으로 6년 연속 결승에 오르면서 메시는 웃을 수 있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11승째를 올리며 바르셀로나 선수 중 최다승 선수가 된 것도 부수적인 전리품이었다. 이날 승리로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역대 전적에서 95승50무95패로 균형을 맞췄다.

아마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기분이 더 찜찜했을지도 모르겠다. 메시가 ‘머리카락 잘린 삼손’이 됐는데도 0-3으로 완패했으니 말이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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