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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편에 달하는 영화나 드라마. 대체 뭘 봐야할지 모르겠다.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매번 마주치는 콘텐츠를 놓고 1.8초씩 고민한다고 한다. 너무 많으니 고민하는 시간도 얼마 안되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추천 알고리즘'을 이용해 맞춤형 추천 콘텐츠를 제공한다. 진짜 누군가의 말처럼 '내가 몰랐던 내 취향까지 파악해서 추천해준다'는 말이 맞을까?
작은 궁금증이 진짜 이 말이 맞는지 실험으로 이어졌다. 미 경영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의 조 버코위츠 기자는 2주간 넷플릭스의 추천 콘텐츠만 시청한 체험기를 지난달 26일 공유했다.
먼저 추천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봐야하니 새로 계정을 팠다. 각각의 카테고리에서 재밌게 봤던 작품 한가지씩 총 세편을 골랐다. 기자는 여기서 '기묘한 이야기', '블랙 펜서', '굿플레이스'를 골랐다. 넷플릭스 톱 추천은 자체 제작 범죄 다큐멘터리 '테드 번디 테이프'였다. 관심 있는 콘텐츠는 맞지만, 기존에 기자가 고른 콘텐츠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몇개의 추천 콘텐츠 중 SF판타지물인 '링클 인 타임'을 골라서 봤다. 넷플릭스의 추천대로 재밌었다. 시작은 좋았다. 조금씩 이상해진 건 그 다음부터다.
영화가 끝나자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인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을 추천해줬다. 버코위츠는 아동용 영화라는게 내키진 않았지만 규칙은 규칙이니 그대로 보기로 했다. 막상 봐보니 그렇게 재미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왜 아동용 영화를 추천했을까? 넷플릭스가 내 취향을 정말 고려한게 맞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 추천작은 '카멘 샌디에고'라는 아동용 애니메이션. '대체 넷플릭스는 날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거지? 어려지고 싶어하는 콤플렉스가 있다고 보이나?' 불만이 생겼다.
안되겠다. 3편의 콘텐츠로 넷플릭스에게 정교한 추천을 기대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기자는 넷플릭스가 기자를 잘 파악할 수 있게 12편을 리스트에 추가했다. 한국 좀비영화인 '부산행'도 있었고 '쉰들러 리스트', 스릴러물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등을 비롯해 가벼운 시트콤도 몇편 추가했다.
역시나 제일 상단의 추천 콘텐츠도 바뀌었다. 이번엔 '코코', '호텔 트랜실바니아 3', '보스 베이비', '채피' 등이 떴다. 이중 채피를 골랐다. 로봇이 주인공인 암울한 미래를 그린 SF영화다. 다 봤더니 넷플릭스가 또 아동용 애니메이션 '넥스트 젠'을 추천했다. '어린이 지옥'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느낌이다. '채피랑 대체 뭔 상관인데' 잠시 고민해보니 로봇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렇구나...'
계속된 실험을 통해 버코위츠 기자는 채피 이후 로봇 애니메이션이 추천목록에 뜬 이유를 나름 알아낼 수 있었다. 넷플릭스 자체 제작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전에 본 콘텐츠와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는 '자체 제작'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경향을 보였다. 추천이 아니라 손쉬운 광고 방법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은 추측. 실험을 더 해보기로 했다.
반복 또 반복. 추천 콘텐츠만 보다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꽤 발견했다. 넷플릭스는 기존에 본 작품과 연관돼서 추천할 작품이 아무것도 없으면 자체 제작 콘텐츠 중 무작위로 사용자에게 추천을 한다.
넷플릭스가 이용자에게 다음 콘텐츠를 추천할 때 찾는 공통점은 꽤 다양하다는 것도 발견했다. 예컨대 저예산 호러영화를 보고나면 넷플릭스는 역시 자체 제작한 저예산 호러 영화를 추천했고, 랩퍼 아이스큐브가 등장한 영화를 보면 온갖 랩퍼들이 출연하는 영화가 추천됐다. 연인간의 이별에 대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면 다시 넷플릭스가 만든 연인이 만나는 과정을 담은 로멘틱 코미디 영화가 추천되기도 했다.
2주간의 실험을 끝에 얻은 결론은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은 넷플릭스 자체 제작 콘텐츠를 홍보하는데 많은 비중을 둔다는 것. 진짜 재밌게 봤던 작품을 추천해주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에 120억달러를 투자했고 올해는 150억달러를 쓰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는 아마 넷플릭스가 자체제작 콘텐츠를 더 많이 추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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