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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MB는 석방 되고 박근혜는 안 되고…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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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 L] 재판부, 구속만료보다 조건부 보석이 낫다 판단…'기결수' 박근혜는 형집행정지 요구해도 석방 어려울 듯

머니투데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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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349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법원이 석방을 결정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때와 달리 구속을 연장할 만한 사유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6일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의 보석 청구를 조건부 인용하면서 "구속만기일 안에 충실하게 심리하고 선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사유를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구속기간은 다음 달 8일까지로 앞으로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재판부가 법원 정기인사로 교체된 시점을 기준으로 해도 항소심 심리에 주어진 시간은 43일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전 대통령 사건은 일반 사건과 달리 기록이 방대하다. 새 재판부가 기록을 검토하는 데만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주요 증인들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심리가 늘어지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항소심 구속기간은 원칙적으로 2개월이며 필요에 따라 2개월씩 두 번 연장해 6개월까지 늘릴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항소심 접수 이후 6개월째 구속돼 재판부가 더는 구속을 연장할 수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17일 삼성 뇌물과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 등으로 기소된 이후 구속기간을 두 번 연장해 6개월 동안 구속 재판을 받았다. 1심 구속기간은 같은해 10월16일까지였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이후에도 석방되지 못했다. 재판부가 1심 재판 도중 새롭게 기소된 SK·롯데 뇌물 사건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다. 기존 구속영장 효력이 만료되는 대신 새 구속영장의 효력이 발생하면서 박 전 대통령은 계속 구속 재판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 재판은 박 전 대통령 재판 때와 달리 추가 기소가 없었다. 기존 구속영장의 효력을 더 연장할 수 없고, 새 구속영장을 발부할 만한 추가 혐의가 없었기 때문에 구속기간이 지나면 이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했다. 검찰은 구속기간이 끝나고 이 전 대통령을 석방하면 되지 굳이 지금 보석을 허가해줄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을 조건부 석방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구속만료로 석방하면 주거지와 외출·통신·접견 등을 제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당뇨 등 건강문제가 심하다는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석 사건임에도 이례적으로 언론에 자료까지 배포하면서 이를 강조했다. 최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황제보석' 논란 등으로 보석 제도가 공정하느냐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구치소 내 의료진이 이 전 대통령의 건강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같은 이유로 입원 치료를 불허하고 자택에서 통원 치료만 받게 했다.

한편 석방을 기대하고 있었던 박 전 대통령은 추가 영장 발부 이후 모든 재판을 거부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상고심 구속기간은 다음달 16일까지다. 하지만 이날이 지나도 박 전 대통령은 석방되지 않는다. 공천개입 사건에서 이미 징역 2년을 확정받고 기결수가 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기결수 신분이기 때문에 보석은 무용지물이다. 보석청구는 가능은 하지만, 보석이 인용돼도 기존 형이 바로 집행돼 어차피 석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형집행정지를 요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형집행정지는 검찰이 결정하는데, 외부인원이 포함된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78세 나이에 당뇨까지 앓고 있다는 이 전 대통령의 주장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박 전 대통령은 그보다 젊고, 건강문제도 디스크 정도라고 하기 때문에 형집행정지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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