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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경향신문 '해외축구 돋보기'

[해외축구 돋보기]라모스의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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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서 아약스에 충격의 완패

레알, 챔스리그 8강 진출 실패

라모스는 고의로 경고받아 결장

오만이 부른 굴욕에 비난 봇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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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ma is a bitch.’

레알 마드리드가 6일 홈에서 네덜란드 아약스에 1-4로 충격의 완패를 당하며 합계 스코어 3-5로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실패한 뒤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표현이다. ‘자업자득’ ‘인과응보’란 뜻의 이 말은 승부 세계에서 오만 또는 방심이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함축하고 있다.

라모스는 이날 그라운드가 아닌 자신의 이름 이니셜(SR)과 백넘버(4)가 새겨진 전용 스위트룸에서 경기를 지켜봤다(사진). 라모스에 관한 8부작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아마존의 촬영팀이 그의 일거수일투족과 표정을 모두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라모스는 지난 원정 1차전에서 2-1로 앞서던 후반 44분 고의로 경고를 받아 이번 2차전에 결장했다. 자신이 빠지더라도 홈에서 충분히 아약스를 막아낼 수 있고, 자신은 누적 경고를 해소한 뒤 8강전에 홀가분하게 나서겠다는 게 라모스의 계산이었다.

아약스는 지난 4년 동안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나오지도 못했던 팀이다. 20대 초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경험만 놓고 보면 레알 마드리드와 하늘과 땅 차이가 있었다. 더구나 레알 마드리드는 적지에서 썩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했음에도 어쨌든 이겼다. 우승팀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저력이다. 홈 2차전도 다소의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승리는 어차피 레알 마드리드의 것일 터였다.

라모스의 오판이자 오만이었다. 경기 시작 18분 만에 0-2로 끌려가더니 후반 17분 두산 타디치에게 세 번째 골까지 얻어맞았다. 0-3. 라모스의 ‘어둠의 마법’이 제 발등을 찍었다.

라모스 없는 레알 수비는 오합지졸에 가까웠다. 라모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올 시즌이, 챔피언스리그 3연패로 전설을 만들던 한 시대가, 세계 최고 클럽이라는 자부심이 모두 무너져 내리는 것을 고통스럽게 지켜봐야 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시즌은 너무 일찍 끝났다. 리그에선 선두 바르셀로나에 12점차로 뒤져 있어 역전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컵대회와 챔피언스리그 모두 탈락했다.

최근 5년 동안 4번이나 우승했던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에도 오르지 못한 건 2010년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카림 벤제마가 결정적인 골 기회에서 미끄러지는 장면이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온라인 공간에선 “모든 것이 옳았다” “정의가 구현됐다” “지금 라모스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벤제마를 팔아라, 베일도 팔아라. 은행을 던져서라도 음바페를 사와라”는 개혁 주문도 이어졌다.

3연패의 주역이었던 지네딘 지단 감독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내보내고서도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했던 레알 마드리드. 라모스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 전체가 “Karma is a bitch” 소리를 들어도 유구무언일 것 같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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