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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고 장자연 사건

윤지오 "'장자연 문건'에 국회의원 이름 있어, 경찰·검찰서 진술했는데 은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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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7일 배우 고(故) 장자연(왼쪽 사진)씨의 10주기를 맞아 힌때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후배 배우인 윤지오(〃 오른쪽)씨가 일명 '장자연 리스트'에 국회의원 등 정계 인사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윤씨는 고인이 남긴 이 문건을 직접 봤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유서가 아니고 '투쟁용'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발적으로 작성한 게 아닌 누군가의 제안을 받고 작성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고인과 함께 성접대 자리에 동석했던 윤씨는 장씨가 세상을 떠났던 해인 2009년 경찰과 검찰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13차례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윤씨는 고인이 성추행을 당했던 현장을 직접 목격한 여럿 중 유일하게 경찰과 검찰의 조사에 응했다.

윤씨는 그간 익명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렸는데, 지난해 2월 JTBC '뉴스룸'과 그해 7월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에 각각 출연해 고인이 겪었던 성추행 정황과 경찰의 부실 수사를 지적해왔다.

윤씨는 지난 5일 처음으로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장자연 문건은 유서가 아닌 성접대를 강요한 기획사 사장과 관련인들에 대한 투쟁용 글이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다.

윤씨는 이날 방송에서도 장자연 문건이 유서로 쓰인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윤씨는 "(문건은) 세상에 공개하려고 쓰여진 것이 아니라 (소속사를 상대로) 법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언니(장자연)는 회사를 나오고 싶어 했었고, 김(종승) 대표를 공격할 만한 수단으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명확하게 인물에 대한 사실만 기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작성을 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며 "누군가 먼저 제안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윤씨는 고인이 유서를 쓸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윤씨는 "(문건을 쓴 시점은) 언니가 한참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시점"이라며 "(성격상 매사 조심하는 편인 언니가) 더욱더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그것을 왜 썼겠느냐"고 반문했다.

더불어 "언니가 (장씨의 전 매니저 유모씨로부터) 문건을 돌려받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아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고인과) 함께 투쟁하기로 했던 분들이 우려해서 유서라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씨는 아울러 장자연 문건 원본을 직접 봤다면서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계 인사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진행자가 "국회의원 이름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윤씨는 "좀 특이한 이름이었던 것 같다"며 "일반적인 이름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윤씨는 국회의원 실명을 알고 있었지만 방송에서는 밝히지 않았다.

윤씨는 "참고인 조사를 받을 당시에 검찰과 경찰에 이미 실명을 밝혔다"며 "그쪽(경찰과 검찰)에서 은닉을 했기 때문에 그쪽에서 먼저 공개를 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실명을 직접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세계일보

앞서 고인은 2009년 3월7일 경기 분당의 자택 내 계단 난간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은 당시 유서가 나오지 않고 타살 혐의점이 없자 우울증에 따른 단순 자살로 사건을 처리했다.

그러나 고인이 숨진 뒤 6일 후 그의 전 매니저 유씨가 KBS '9시 뉴스'를 통해 장씨가 생전 건넨 자필 형식의 이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서 고인은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라며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나아가 "PD들, 감독들, 재벌, 대기업, 방송사 관계자 등이 날 노리개 취급하고 사기 치고 내 몸을 빼앗았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 미쳐버릴 것 같다"고도 했다.

이 문건에는 언론사 대표는 물론이고 방송사 PD, 대기업 대표, 금융업체 간부, 영화 감독 등 유력 인사 31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고인은 이들에게 100여차례 이상 술섭대와 성상납을 했고 폭행까지 당했다고 기록했다.

이 문건은 고인이 사망하기 1주일 전인 2월28일에 쓰여졌다.

그는 문서에 이름은 물론이고 주민등록번호와 사인, 지장까지 남겼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 감정 의뢰 결과 고인의 자필 문건임이 확인됐다.

이 문건이 공개되자 시민사회와 여성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논란이 확산됐고 연예인을 상대로 한 성접대 강요를 둘러싸고 비판 여론이 공론화됐다.

장씨의 유족은 이 문건을 토대로 다수의 유력인사 7명을 고소했다.

이처럼 비판 여론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경찰은 사건의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이에 고인 주거지 관할인 경기 분당경찰서는 수사팀을 꾸려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고인의 소속사 및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참고인 20여명의 조사를 마친 경찰은 그해 4월24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대상에 오른 12명 중 9명을 접대 강요와 강제 추행, 명예 훼손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검찰은 이 중 장씨 소속사 대표인 김씨와 매니저 유씨에 대해서만 기소를 했다.

당시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성상납 강요를 뺀 폭행과 협박, 횡령 및 도주 등 4가지였다.

유씨는 김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모욕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김 대표는 검찰에 송치된 뒤 구속적부심을 통해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받았다.

결국 이들 외 문건에 거론된 유력 인사는 단 1명도 기소조차 되지 않고 사건은 종결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 여론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후 장자연 사건은 부실수사 의혹이 불거져 공소시효를 4개월 앞둔 시점이던 지난해 4월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했고, 현재 검찰 진상 조사단이 수사 중이다. 과거사위의 활동 기간은 이달 말까지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온라인 커뮤니티·CBS'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캡처·KBS'뉴스9'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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