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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e슬기로운 투자생활]주가하락 부르는 '주주 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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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오르는데 주가 떨어지는 日 '카고메'

노년층 주주, 상속 위해 주식 내다팔아 주가하락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실적은 나날이 좋아지는데 주가는 반대로 고꾸라지는 기업이 있습니다. 야채주스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음료회사 ‘카고메’ 얘깁니다. 카고메는 토마토 주스의 매출 증가로 최근 3분기 연속 최대 순이익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주가는 2017년 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줄곧 우하향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주 고령화’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카고메 주식의 54%를 보유하고 있는 19만명의 개인투자자가 나이가 들어 상속을 이유로 주식을 내다 파는 일이 늘었단 겁니다. 상속하기 전에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거나, 주식을 상속세에 보다 유리한 부동산 등 다른 자산으로 바꾸는 식이죠. 청년층이 주식을 통째로 상속받는다 해도 주식 운용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많아 다시 팔아치울 가능성도 높다고 하네요. 참고로 카고메는 개인투자자의 70%가 60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고메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일본은 인구 고령화만큼 주주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에 따르면 자산 중 위험자산 비율이 가장 높은 세대는 70대로, 그 다음이 60대라고 합니다. 그래서 주주수를 유지하기 위해 각 상장사들은 ‘3세대 주주’를 끌어들이는 IR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네요. 카고메 역시 3세대 IR의 일환으로 지난 2016년부터 주주의 자식이나 손주가 함께 참가하는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에게도 주주고령화는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주주수가 많았던 연령대는 40대로 전체의 27.6%를 차지했습니다. 보유주식수로 따지면 50대가 전체의 33%의 주식을 보유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죠. 50대 이상의 주주수는 전체의 46.3%를 차지했지만, 20~30대 주주수는 전체의 24.4%로 그 절반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증권업계에 오래 몸을 담았던 이들은 하나같이 ‘주식시장이 고령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고령화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선행연구들도 이미 존재합니다. 상당수의 경우 노후소득에 충당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등 금융자산을 매각할 필요가 커져 주가의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죠.

증권거래세 인하·폐지를 이러한 맥락에서 반기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올 초 이뤄진 올해 시장 전망·정책방향 세미나에서 “인구 고령화보다 주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에게 이전 같은 유동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거래세 인하는 소규모로 단기투자하는 기관투자자가 나타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게 돼 개인의 유동성을 기관의 유동성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안 그래도 주가가 떨어지고 거래가 급감해 지난해 대비 탄력성을 잃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한국 증시. 장기간의 박스피를 예견하는 시각이 제기되는 가운데 주주 고령화까지 한국 증시의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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