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생태 관광’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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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남쪽으로 철새를 보러 떠났다. 재두루미 서식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 고요한 원시 늪과 어우러진 철새를 만날 수 있는 우포늪, 다양한 산새들이 사는 지리산, 우리나라 흑두루미 최대 월동지 순천만을 지나 가창오리 떼의 세계적인 군무를 보는 금강하구까지.
국내 유일무이한 3박 4일간의 남부지방 철새도래지 여행이었다. 한국에서 철새 여행은 대부분 당일치기다. 간간이 1박 2일 정도의 여행이 몇몇 단체에 의해서 부정기적으로 기획되고 있다. 그동안 내가 기획한 여행도 대부분 짧은 여행이었다. 지난 2년간 20여 차례의 철새 여행 중 1박을 한 여행은 두번에 불과했다. 한국에서 철새를 보러 떠나는 긴 여행은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떠나는 경우를 제외하고 여행 상품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3박 4일간의 여정에서 평소에 보기 힘든 멸종위기종 재두루미, 흑두루미, 검은목두루미, 가창오리, 흰목물떼새, 독수리, 흰죽지수리, 참매, 노랑부리어어새 등을 포함하여 100종의 새들을 쉼 없이 만나는 기회가 제공되었다. 여행을 마치고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참가자들은 “여행이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더 다양한 지역에서 장기간 여행이 늘어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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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철새 여행은 공공기관의 예산을 지원받아 지역의 생태관광협의체 또는 비영리 단체가 예산 안에서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장기 수요를 예측할 수 없어서 당일 또는 단기로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산을 지원받아 무료 또는 상당히 저렴한 참가비로 운영되다 보니 생태 관광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현지의 경제 효과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숙박하는 여행은 더 많은 체류 비용이 발생함으로써 당일 여행 대비 현지 소비의 규모가 더 크다.
이번 철새 여행은 당일 여행과는 비교되지 않는 총비용이 지출되었는데, 그중에 64%를 현지에서 소비했다. 생태 관광에서 매우 이상적으로 보는 형태를 국내에서 수행 가능하다는 것이 실험으로 입증된 셈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생태 여행 기획자인 나는 앞으로 철새 생태 관광의 발전 가능성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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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타이완에서 개최되었던 아시아 버드 페어(ABF, Asia Bird Fair)에서 홍보 부스를 운영할 때 만난 사람들 가운데 몇몇이 한국에서 장기간 철새 여행을 하고 싶다고 최근 문의를 해왔다. 실제로도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철새를 보는 목적만으로 입국하는 형태가 가시화하고 있다. 여러 날에 걸쳐 탐조여행을 하기 때문에 그 경제 효과는 더 클 것이고 생태 관광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우리가 가진 철새라는 생태 자원을 인정하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혜안을 다양한 분야에서 갖게 되기를 바란다. 사람과 새가 모두 함께 사는 길은 우리 곁에 이미 있지 않을까.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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