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이끄는 페레스 회장, 고위험 고수익 전략으로 성공 신화
호날두 이적 이후 위기 맞은 팀에 반전 위한 ‘과감한 베팅’ 여부 주목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에게 17일 셀타 비고전은 레알 마드리드 감독 2기의 시작을 알리는 뜻깊은 경기였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지단 감독이 소개되자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전설의 복귀를 환영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선발로 돌아온 이스코와 가레스 베일의 연속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이날 감회가 새로웠던 것은 지단 감독만이 아니었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사진)에겐 회장으로 치른 900번째 경기였다.
2000~2006년에 이어 2009년 회장에 재선임돼 10년째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고 있는 페레스는 구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최고경영자(CEO)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처럼 돼 있는 ‘갈락티코’가 그의 작품이다. 스페인어로 ‘은하수’를 의미하는 갈락티코는 이름 그대로 전 세계에서 초특급 슈퍼스타들을 영입해 은하수 군단을 만들겠다는 페레스의 선수 영입 정책을 말한다. 지단과 호나우두, 베컴, 호날두, 모드리치, 베일 등이 갈락티코의 산물이다.
페레스는 재임 기간 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 5번, 4강 6번을 일궈냈다. 4강에 들지 못한 건 딱 4번이었다. 갈락티코는 높은 이적료와 주급으로 위험한 정책이라는 우려가 높았지만 페레스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멋지게 성공시켰다. 선수 영입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더라도 그를 통해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키우고, 스타 파워로 유니폼 판매나 TV중계료 수입이 증대하면 오히려 남는 장사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비싼 것이 오히려 싸게 먹힌다”는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12년 연속 매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매출 7억5090만유로(약 9658억원)에 1억4720만유로(약 189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페레스는 72세의 고령임에도 트위터를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최근에는 ‘1억5000만유로(약 1929억원)로 두 명을 산다면 누구를 사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팬들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페레스가 경영 방식이나 사업적 수완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부작용도 생기기 마련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올 시즌 무관으로 사실상 전락한 것은 에이스 호날두를 유벤투스로 이적시킨 것과 무관치 않다. 지단의 반대에도 호날두를 내보낸 장본인이 바로 페레스다.
반전을 위해선 또 한 번의 과감한 베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여름 페레스발 ‘돈바람’이 거세게 불 것 같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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