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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월세만 겨우 내는데 독립생계? 장관후보들의 의심스러운 자녀재산 고지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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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생계' 조동호 후보자 장남, 美대학 조교 급여로 월세 겨우 내
최정호 후보자가 아파트 증여한 장녀 부부 재산 몰라…월세 내는지 추적 불가능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인사청문회가 실시되는 장관 후보자 7명 중 3명이 국회에 인사청문회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서 일부 자녀의 재산을 '독립 생계'를 이유로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녀의 소득과 지출을 면밀히 따져보면 '독립 생계'로 보기 어렵거나 독립 생계 여부를 국회 인사청문위원들이 검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조동호 후보자 아들, 조교 소득에서 월세 빼면 '적자'

조동호(63)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인사청문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장남 조모(34)씨의 재산을 '독립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장남이 대학에서 조교로 일하며 받는 급여가 있어 재산 고지를 거부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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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경기도 국립과천과학관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과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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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씨는 조교 급여만으로는 거주하는 아파트 월세도 겨우 내는 형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에게 조 후보자가 증여해준 재산이 있어 이것으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인사청문요청서에서 밝히지 않은 다른 수입원이나 재산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면 국회 청문위원들이 관련 경위를 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법에 정한 요건을 충족한다는 이유로 재산 고지를 거부한 것은 공직자 재산등록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씨는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리즈상과대학(Leeds School of Business)에서 2016년부터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인사청문요청서에서 조 후보자는 "장남(조씨)는 미국에서 별도 거주하고 있고, 월 평균 수입액이 2186달러(248만4000원)로 독립생계 유지가 충족돼 (재산) 고지 거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가 '독립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미국 거주자의 소득 기준액은 월 204만8000원 이상이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요청서에 장남 조씨가 작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콜로라도대에서 연구조교(Research Assistant)로 일하며 받은 소득금액을 첨부했다. 조씨는 지난해 3~5월엔 매달 1400달러를 받았고, 9~12월엔 매달 2664달러를 받았다. 조씨는 이렇게 최근 1년간 총 2만6226달러를 벌었다. 그러나 조씨가 세금을 납부한 뒤 실제로 손에 쥔 금액은 최근 1년간 2만3289달러다. 월 평균 세후 소득은 1941달러(약 220만6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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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조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서


이는 조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월세를 내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적은 금액이다. 인사청문요청서에 첨부된 임대계약서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7월까지는 1973달러를,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2155달러를 매달 월세로 냈다. 최근 1년간 조씨가 아파트 임대료로 지급한 금액은 총 2만4950달러다. 조씨의 세후 소득보다 1660달러 더 많다. 벌어들인 돈보다 아파트 임대료를 더 낸 것이다. 조씨는 작년 3~5월엔 매달 686달러씩 '적자'를 냈고, 올해 1월엔 세후 소득에서 월세를 뺀 금액이 고작 30달러(약 3만5000원)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조씨는 아파트 임대 계약을 맺으면서 옵션으로 차고를 빌려 추가 비용을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소유한 차량이 있다는 뜻이다. 월세를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얼마 없는데, 차량 유지비도 감당해야 한다. 조씨에게 신고하지 않은 소득이 있거나, 조 후보자가가 장남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과기부 관계자는 "조 후보자의 장남 조씨가 받은 조교 급여가 인사혁신처에서 정한 고지 거부 가능한 소득 기준을 넘어 그 자료를 제출했다"며 "추가적인 수입원이 있는지는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차남(28)의 재산은 미국 체이스은행에 예치된 4099만원과 한국 시중은행에 예치된 예금 등 총 4143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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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지난 8일 서울 정동 국토전시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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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후보자, 딸에게 월세 제대로 내는지 확인 불가능

최정호(61)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1남1녀 중 장녀 최모(31)씨의 재산을 2016년부터 신고하지 않았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토부 제2차관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등 공직 생활을 해온 최 후보자는 매년 재산을 신고해 왔다. 장녀 최씨는 2015년에는 예금 1101만원이 있다고 신고했으나, 2016년부터는 혼인을 이유로 재산 고지를 거부하고 있다. 최씨가 독립된 가정을 꾸리고, 별도의 소득이 있으므로 독립생계로 고지하지 않는 것은 합법이다.

그러나 최 후보자는 1996년 사들여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개각 발표 전 장녀 부부에게 증여한 뒤, 이들에게 매달 160만원씩 월세를 내는 형태로 계약을 맺었다. 이른바 '꼼수 증여'를 하면서, 재산을 등록해야 하는 아들이 아닌 장녀 부부에게 증여한 것이다. 실제로 최 후보자가 앞으로 장녀 부부에게 월세를 낸다면 장녀 부부의 재산은 일정하게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최 후보자가 장녀 부부의 은행 계좌로 월세를 입금한 뒤 이를 돌려받는 '꼼수'를 쓴다면 재산이 늘어나지 않는다. 요즘 강남 부모들 사이에서 자녀의 명의로 구입한 아파트 대출 이자를 현금으로 몰래 지원하는 형식으로 대신 내주는 방법이 쓰이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방법을 쓰는지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최 후보자의 장남(29)은 2007년식 아반떼 차량과 은행예금 등 1559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박양우(6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3녀를 두고 있고, 그 중 장녀 박모(33)씨가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 장녀는 2015년 혼인했고, 박 후보자의 다른 두 딸과 달리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지 않다. 박 후보자 차녀(31)는 1억8835만원, 삼녀(27)는 2억25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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