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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양회 마친 중국 지도부, ‘우군’ 만들러 유럽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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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이탈리아 방문 중 역점과제 ‘일대일로’ MOU 서명

리커창, 중 견제론 높아진 EU와 정상회담 갖고 협력 모색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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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끝나자마자 중국 지도부의 발길이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의 역점 과제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확장, 유럽연합(EU)과의 긴장 완화, 미·중 무역전쟁 우군 확보 등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유럽 내에서 제기되는 중국 견제론을 정면돌파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1일부터 26일까지 이탈리아, 모나코,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다고 18일 밝혔다. 시 주석은 이 중 나흘 동안 이탈리아에 머문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일대일로에 참여가 확실시되는 국가다.

중국으로선 그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에 집중돼 있던 일대일로 저변을 유럽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셈이다. 현재 일대일로에 참여한 유럽 국가는 그리스, 헝가리, 포르투갈 등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방문으로 중국과 이탈리아가 새로운 시대의 정치적 상호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고 일대일로의 틀 아래서 모든 분야의 협력을 심화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시 주석은 방문 기간 이탈리아와 일대일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다. 초안에는 이탈리아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자금 지원을 받아 공동 사업을 하고, 양국이 도로와 철도, 교량, 항만, 에너지, 통신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이탈리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교역·투자의 장애물 제거, 제3국 시장에서의 협력 등도 담겼다. 말레이시아·미얀마 등 아시아 각국에서 일대일로 투자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는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할 수 있다.

장기간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중국의 투자 자금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꾀하려 한다. 앞선 일대일로 참여국들은 중국 국유은행의 차관 제공 방식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았는데 투자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차관을 갚지 못할 경우 중국에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AIIB 지원 방식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탈리아는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보이콧’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일본, 뉴질랜드 등 동맹국과 화웨이 장비 배제에 힘을 쏟고 있어 이탈리아·독일·영국 등 유럽 주요국의 불참은 중국에 큰 지원이 됐다.

홍콩 명보와 로이터통신은 시 주석이 이 기간 중 바티칸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직 면담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탈리아를 국빈방문하는 외국 정상은 교황을 만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 중국은 1951년 바티칸이 대만 정부를 승인하면서 외교 관계를 단절했지만 지난해 바티칸과 주교 임명에 관한 예비 합의안을 마련하는 등 관계 개선에 나선 상태다.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양회 폐막 직후 벨기에 브뤼셀로 향했다. 18일 열린 제9차 중국·유럽연합(EU) 고위급 전략대화에 참석하기 위해서지만 다음달 9일 열리는 중국·EU 정상회담 의제를 최종 조율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브뤼셀에서 진행되는 중국·EU 정상회담은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참석한다. EU가 지난 12일 발표한 새 중국 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 ‘체제 경쟁 라이벌’이라고 규정하는 등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국과 유럽 협력을 모색한다.

리 총리는 다음달 11~13일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리는 중국과 중·동유럽(CEEC)의 모임인 16+1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아드리아해 연안의 소도시인 두브로브니크에는 중국 기업의 첫 크로아티아 국가 프로젝트 수주 사례인 펠레샤츠 다리가 건설 중이다. 펠레샤츠 다리는 2.5㎞의 해상다리로 지난해 중국 국영기업인 교통건설유한공사가 공사를 맡았다. 이 프로젝트는 EU기금 3억5700만유로(약 4579억원)가 투자돼 향후 중국의 EU 인프라 시장진출 확대를 좌우할 이정표로 꼽힌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펠레샤츠 다리를 적극 홍보하고 중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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