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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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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봄날 나른하고 골골한 여성, 비타민D·철분 경고등 켜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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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비타민 A·D, 칼슘 결핍

여성이 남성보다 최대 7배

과잉 다이어트, 임신 등 탓"

여성이 더 챙겨야 할 영양소 영양 과잉이 비만과 만성질환 등 현대인의 질병을 일으키는 문제로 꼽히지만 이와 반대인 경우도 적지 않다. 영양 결핍이 질병의 연결 고리가 되는 때다. 특히 여성에게 그렇다. 에너지원을 내는 영양소는 아니지만 신체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생체 활동을 원활하게 하도록 돕는 윤활유격인 미세 영양소가 부족한 경우다. 다이어트·생리·임신 등 여성의 생활 패턴이나 생애 주기에 따라 영양소가 결핍되기 쉽다.

영양 결핍에 의한 질병 발생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철 결핍 빈혈’로 병원을 찾은 여성 환자는 28만여 명으로 남성의 4배였다. 혈중 칼슘·인의 수준을 조절하고 장에서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D’와 시력을 유지하고 피부 건강을 돕는 ‘비타민A’ 결핍은 각각 남성의 3.7배, 2.2배였다. 식사성 칼슘 결핍 여성 환자는 남성의 7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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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피부 건조증 부르는 비타민A 부족

이런 영양소 결핍은 필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섭취량이나 생활습관 탓이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식사량이 적어지고 채식을 하거나 철분이 풍부한 고기를 덜 먹는 식사 패턴 탓에 미세 영양소가 부족해지기 쉽다”며 “한 끼 식사를 대충 먹거나 간식을 밥 대신 먹는 등 식사의 다양성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방 섭취가 줄면 지방에만 녹는 지용성 비타민A가 부족해지기 쉽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것도 원인이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비타민D는 먹는 것보다 햇볕을 충분히 쬐어야 체내에서 합성되는데 대다수 여성은 햇볕을 피하기 위해 선크림을 많이 쓰고 운동을 실내에서 한다”며 “남성보다 야외 활동을 덜해 비타민D가 부족해지기 쉽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여성은 임신 중 엽산의 필요량이 늘어나고 생리 기간 중에는 철분 손실이 많아 이런 영양소가 부족해진다.

영양소 결핍은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악화하기 쉽다. 대표적인 것이 비타민D

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는 “칼슘을 과잉 섭취하면 외려 혈관 석회화로 심장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최근에는 뼈 건강을 위해 비타민D를 더 강조하는 추세”라며 “비타민D는 신장에서 칼슘을 재흡수해 칼슘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꽉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비타민D가 칼슘을 제대로 체내에 흡수시키지 못하면 인체는 혈중 칼슘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뼈의 칼슘을 끌어다 쓴다. 그러면서 뼈가 약해지는 것이다. 이 교수는 “비타민D가 칼슘을 잘 붙잡아 주지 못하면 근육이 제대로 작동을 못 해 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비타민A가 부족하면 안구·피부 건조증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자궁 혹, 치질도 철 결핍성 빈혈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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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결핍성 빈혈은 방치하기 쉬운 질환 중 하나다. 박 교수는 “철 결핍성 빈혈이 있으면 혈중 헤모글로빈 색소가 떨어져 말초 기관까지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이 힘들어진다”며 “이런 이유로 피로감을 쉽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런 피로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에 익숙해지기 쉬워 빈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헤모글로빈 농도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젊은 여성은 10년 뒤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뇌혈관 질환 및 사망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서울대병원·중앙대병원 공동연구, 2018)가 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39세 여성 80만 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헤모글로빈이 12g/dL 미만으로 빈혈인 경우(정상 12~13.9g/dL)에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과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빈혈이 개선된 경우에는 질병 발생이나 총 사망 위험이 20%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교수는 “헤모글로빈 농도가 부족해 말초 기관까지 산소가 원활하게 가지 못하면 심장이 대신 더 많은 일을 해야 해서 심장에 부담이 더 간다”고 말했다.

영양소가 결핍됐다면 먼저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박 교수는 “철 결핍성 빈혈의 원인으로 자궁에 혹이 있어 생리량이 많거나 치질·위궤양 등이 있어 피가 조금씩 새어 나와 빈혈이 생기기도 한다”며 “철분제만 먹고 안심하다가 다른 질병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정 질병이 원인이 아니라면 결핍된 영양제를 처방받아 먹으면 된다. 몸속에 해당 영양소가 충분히 저장돼 언제든 꺼내 쓸 수 있을 만큼 채워질 때까지 추적 검사를 하며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을 준비할 때와 주산기(임신 29주에서 생후 1주)에는 엽산을 챙겨 먹어야 한다. 김경수 교수는 “여성 중 상당수는 영양소 결핍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다”며 “다이어트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데 활동량에 비해 적게 먹는다면 종합영양제를 한 알 정도 챙겨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영양소 섭취에 대한 오해 풀기
모든 여성이 비타민 A·D, 철분 영양제를 먹는 게 좋다?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고 식사를 골고루 잘 챙겨 먹으면 영양제를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 최근 비타민D 보충제가 몸에 좋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결핍인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팔다리에 하루 15분 정도 햇볕을 쬐면 필요한 비타민D는 충분히 합성된다. 철분 섭취가 걱정되면 살코기 같은 자연식품을 챙겨 먹으면 좋다. 고기에는 체내 흡수율이 20%로 높은 철분인 헴철(heme iron)이 있다. 시금치 같은 채소의 비헴철 흡수율은 5% 내외다.

미세 영양소 섭취는 많을수록 좋다?

식품으로 먹을 때는 과잉 섭취가 별로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용량의 영양제를 필요 이상으로 먹는 건 문제가 된다. 특히 비타민 A·D는 지용성 비타민이라서 소변으로 배출되지 않고 몸에 잘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 비타민A 과다 섭취는 두통과 피부 건조 같은 부작용이, 비타민D 과용은 식욕 부진과 설사, 고칼슘혈증 위험을 높인다. 엽산 과잉 섭취는 혈액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비타민B12 결핍을 유발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신경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철분도 마찬가지로 과잉이면 활성 산소의 생성을 부추겨 세포 노화의 원인이 된다.

도움말=박경희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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