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증후군 유병률 급증세
7~14일 동안 약물치료 하면
헬리코박터균 70~90% 제거"
위장 점막에 기생해 십이지장궤양·위염·위암 등 소화기 질환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고혈압·비만 같은 대사증후군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임선희 교수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의 감염과 대사증후군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국제학술지 ‘소화기질환과 과학’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전국 10개 대학병원 및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16세 이상 2만1106명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소화기 질환 증상과 제균 치료 경험이 없는 1만5195명 중 43.2%(6569명)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온몸에 악영향 헬리코박터균
이어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이 위장 외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염 여부를 기준으로 대사증후군 위험도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헬리코박터균 감염 그룹 중 대사증후군을 앓는 비율은 27.2%(1789명)로 감염되지 않은 그룹(21%·1809명)보다 높았다. 대사증후군에 영향을 미치는 성별·연령·체질량지수(BMI) 등을 보정한 결과 65세 미만의 경우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은 대사증후군의 위험을 1.2배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65세 이상은 둘 사이에 연관성이 없었다.
대사증후군은 복부 비만, 고중성지방혈증, 고혈압, 공복혈당장애, 낮은 HDL 콜레스테롤혈증 등 다섯 가지 요소 가운데 세 가지 이상에 해당할 때 진단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1998년 19.6~24.9%에서 2013년 28.9~30.5%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사증후군은 심혈관 질환을 포함해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만큼 평소 적극적으로 예방·관리해야 한다. 이런 대사증후군의 유발 요인에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포함된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로 확인된 것이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염증성 물질의 생산·분비가 촉진돼 대사증후군이 유발될 수 있다”며 “헬리코박터균에 대항하기 위해 산화질소가 분비되면서 혈압이 오르고 인슐린 수용체의 변화로 세포가 혈당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게 돼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가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헬리코박터균은 항생제·위산분비억제제 등을 7~14일 복용하는 제균 치료를 통해 70~90% 제거할 수 있다. 임선희 교수는 “제균 치료 후 대사증후군 위험성 감소 여부나 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제균 치료 후 생존율 경향을 확인하면 헬리코박터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면밀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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