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포의 킨타 강. 로린 이삭 ⓒ 2018 THE NEW YORK 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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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북서부 쪽의 작은 도시 이포(Ipoh). 1900년대 중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주석을 채굴하는 탄광촌이었던 이 곳, 폐허처럼 남았던 이곳이 요즘 핫해지고 있다.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라 빼어난 경관을 보유한 덕도 있지만 로스트 월드 오브 탐분(Lost World of Tambun)이라는 대형 워터 테마파크가 2004년에 문을 연 게 결정타다.
워터파크를 만든 업체는 말레이시아 거대 기업인 선웨이그룹(Sunway Group)이다. 이 회사 오너가 이포와 가까운 마을에서 출생했다. 페낭을 벽화 도시로 만든 리투아니아 예술가 어니스트 자카레비치(Ernest Zacharevic)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이포에 있는 낡은 건물들을 아름답게 꾸민다. 이포 도시가 지닌 매력도 있다. 지난 몇 년간 이포에는 아기자기하고 트렌디한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 도시 분위기를 바꾸어 놓는 자생력을 보인다.
그러니 이포, 더 이상 탄광도시가 아니다. '에지'있는 도시로 변신 중이다. 페락주 주도인 이포는 크기에 비해 도시 중심이 비교적으로 작은 편이다. 2012년 대형 산불로 도시 일부가 파괴된 후, 격자 방식으로 도로가 설계됐기 때문에 걸어다니기 좋다. 올드타운에는 역사 유적지들과 예쁜 상점가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그중 철도 박물관은 영국 식민 지배 당시 '이포의 타지마할'로 불리기도 했던 여행 스폿이다.
세케핑 콩 헹(Sekeping Kong Heng) 호텔이 성장세에 촉매 역할을 한 데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7년 전 캔토니즈 오페라가 열렸던 호스텔 건물의 뼈대만 남기고 새롭게 인테리어해 오픈했다. 주로 유리와 철강으로 꾸몄는데, 그 효과는 대단했다. 낡은 건물에 많은 이야기가 담긴 듯 감성을 불러 일으키면서도, 현대적으로 꾸며 예술성이 돋보인다. 올드타운에 있는 콩 헹 스퀘어에 문을 연 후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주변에 매력적인 가게들이 들어섰다. 카페 벌프&기글스(Burps&Giggles)는 믹스 앤드 매치 스타일로 내부를 꾸며놓은 음식점으로 버거, 피자, 피시앤칩스 같은 간단한 음식들을 판매한다.
2. 플랜 B 레스토랑. 로린 이삭 ⓒ 2018 THE NEW YORK 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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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들어섰다. 파티시에 부티크(Patisserie BoutiQue)는 샐러드, 수프, 샌드위치, 파스타, 훌륭한 디저트 메뉴를 선보인다. 쫀득한 마스카포네와 베일리 아이리시 크림의 강한 맛이 일품인 티라미수가 인기가 좋다.
모퉁이를 돌면 높은 천장에 벽 전체가 창문으로 꾸며진 모던 레스토랑 플랜 B(Plan B)가 있다. 이탈리안 메뉴로 구성돼 있지만 말레이시아산 재료를 사용해 동남아 음식 느낌을 살렸다. 스파게티 알리오올리오에는 토치 진저 꽃의 톡 쏘는 맛이 특징으로 이탈리아 맛과 동남아 음식이 맛의 조화를 이룬다.
도시의 가로수길에는 실크상점, 시계수리점, 여행사같이 오래된 상점들이 있다. 그 사이사이 새로운 카페들이 연이어 문을 열고 있다.
촉독(Chokdok·바나나튀김의 말레이어) 레스토랑은 다 허물어져가는 듯한 콘셉트로 꾸민 레게 스타일 음식점이다. 말레이시아 반도에서 떨어진 섬에 살았던 두 형제가 문을 연 곳인데 인테리어를 재밌게 꾸몄다. 나무 기둥, 해양 폐기물 같은 독특한 소품들로 가게를 단장했고 매장에 흘러나오는 음악도 신나는 레게 스타일이다.
투박함과 엉뚱함이 뒤섞인 호텔, 엠 부티크(M Boutique)는 도시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건물로 불린다. 호텔 총지배인 조이 총(Joey Chong)은 오픈 당시 중고차 전시장으로 가득 했던 상권에 엠 부티크 스타일의 호텔은 정서상 맞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핫플레이스를 찾는 대도시 쿠알라룸푸르의 젊은 고객들이 2시간 떨어진 거리인데도 카페 여행을 위해 몰려들었다.
트렌드가 이포 중심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온몰(Aeon Mall) 근처 회사와 주거지가 있는 이포 가든스 이스트(Ipoh Gardens East)에도 눈길을 끄는 상점들이 문을 열었다. 티 커피 게임(Tea Coffee Game)은 칙칙한 사무실 빌딩 사이에 생기를 불어넣은 가게다. 밝은 인테리어에 이케아 가구들로 꾸며져 실용적인 느낌을 주는데 사실 이곳 콘셉트는 다름아닌 게임이다. 가게 곳곳에 체커(Chekers)나 루도(Ludo) 같은 보드게임과 비디오게임기가 있다. 주로 서양식에 초점을 맞췄는데, 유리병에 나오는 예쁜 샐러드 메뉴가 특징이다.
여러 레스토랑과 카페를 가봤지만 눈에 띄는 한 곳이 있었다. 샘 라우(Sam Lau) 셰프는 20대에 이포를 떠나 아시아와 유럽지역을 돌아다니며 요리를 배웠다. 16년 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제대로 된 빵을 만드는 곳이 없어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2년 뒤 레스토랑 플랜 비(Plan B)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빵을 팔기 시작했다. 2016년 12월 그는 아티잔 핸드메이드 브레드(Artisan Handmade Bread) 제과점 문을 열었고 열심히 빵을 만들었다. 훌륭한 메뉴는 런치세트(약 7600원)다. 수프와 메인 요리, 아뮤즈 부시와 디저트, 레몬 아이스티가 나온다. 그가 만든 빵은 부드럽게 겹겹이 찢어졌다. 훌륭한 빵을 먹고 나니 다른 메뉴를 시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들 덕분에 이포는 점점 번영할 것이다.
※뉴욕타임스 Travel 2018년 2월 28일자 기사
산제이 수라나 ⓒ 2018 THE NEW YORK TIMES
[정리 = 배혜린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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