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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지자체장 인터뷰] (1)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 기업투자 유치·광주형 일자리 확산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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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광역시장(68)은 최근 몇 달 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해 말 광주형 일자리 협약식을 하루 앞두고 7개월 동안 협의해온 최종 타결이 무산된 것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이 시장은 지난 3월 8일 여의도 광주광역시 서울본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참석하기로 한 협약식을 앞두고 광주형 일자리 타결이 갑자기 결렬되면서 무척 안타까웠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이 시장은 주저앉지 않았다. 직접 발로 뛰면서 현대차와 노동계를 10여차례 이상 만나 끈질긴 설득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노동협력단을 신설하고 사회연대일자리특보 제도까지 마련해 노동계를 달랬다. 기아차 노조위원장 출신인 박병규 전 광주광역시 경제부시장을 사회연대일자리특보로 영입하니 노동계가 광주형 일자리의 진정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현대차에도 노동계 요구만 들어주는 게 아니라 경영 여건에 따라 생산 규모를 얼마든지 조정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득하면서 겨우 타협을 이룰 수 있었다”고 토로한다. 광주형 일자리 타결을 계기로 이 시장은 광주를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이 시장이 꿈꾸는 광주는 어떤 모습일까.

매경이코노미

1951년생/ 전남 함평 학다리고/ 전남대 무역학과/ 미국 미시간대 응용경제학 석사/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관세청장/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 제18·19대 국회의원/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2018년 7월 민선 7기 광주광역시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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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광주형 일자리가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습니다.

A 광주형 일자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모델입니다. 정부나 기업이 아닌 지자체 주도로 진행된 데다 사회 대통합형 노사상생 일자리로서 의미가 크죠.

사실 광주형 일자리 개념이 처음 나올 때만 해도 광주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컸어요. 광주에 기업 일자리가 많지 않다 보니 우수한 청년들이 대거 빠져나갔거든요. 하지만 어느새 광주형 일자리는 한국 경제의 미래가 걸린 새로운 일자리 모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한국이 제조업 강국이라지만 1996년 이후 신설된 자동차 공장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광주에 자동차 공장이 신설되고 부품 공장까지 들어서면 무려 1만2000여개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그만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는 얘기지요.

Q 구체적인 생산 방식이 궁금합니다.

A 광주시와 현대차는 1, 2대 주주로서 2021년 하반기 차량 양산을 목표로 자동차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입니다. 올 상반기 투자자 모집을 완료해 신설법인을 만들고 빛그린국가산업단지 내 62만8000㎡ 부지에서 하반기 공장 착공에 들어갑니다. 2021년 하반기 1000㏄ 미만 경형 가솔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양산을 시작할 것입니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은 기존 자동차 공장과는 개념부터 다릅니다. 국내 자동차 회사 근로자 연봉은 평균 9000만원 정도인데 광주형 일자리는 초임이 주 44시간 기준 3500만원입니다. 노동시간은 1일 8시간, 주 40시간으로 하되 1주 12시간 한도 내에서 연장·휴일 근로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이 덕분에 자동차 원가의 15%가량 비중을 차지했던 근로자 임금이 앞으로는 7~8% 내외로 줄어듭니다. 얼핏 보면 임금이 적어 보이지만 다양한 지원책을 받는 게 장점입니다. 광주시가 중앙정부와 협력해 임대주택, 행복주택 비용을 지원해주고, 어린이집과 체육문화시설 등 각종 복지 혜택을 줄 것입니다. 기본임금은 높지 않지만 다양한 복지 혜택까지 더하면 기존 자동차 회사 근로자 못지않은 혜택을 누릴 수 있죠. 고임금 부담에 해외로 나가려 했던 기업을 국내로 되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 효과도 기대되고요.

Q 다른 지자체도 ‘제2의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기로 했는데요.

A 광주형 일자리 타결 소식이 들리자마자 다른 지자체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북 군산을 비롯해 부산, 대구광역시 등 대도시 실무진이 광주형 일자리를 벤치마킹하고 싶다며 성공 비결을 자주 물어봅니다. 물론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하려면 필수 조건이 있습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일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간절함과 강력한 추진력이 있어야 하고 노동계 입장을 존중해주면서 사업하기 좋은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각종 성과를 공유할 계획입니다.

Q 지자체마다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광주는 특히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A 광주는 그동안 주요 산업 불모지나 다름없었습니다. 특별한 자원이 없고 서울과 한참 떨어진 한반도 남녘이라 입지 여건이 좋지 않죠. 국제공항이 없어 접근성도 떨어지고요. 이런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광주가 ‘노사상생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고 봅니다. 노사상생도시는 노동자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주고, 투자가에게는 적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개념입니다. 한마디로 노동이 존중받고 기업하기 좋은 광주를 만드는 게 목표지요. 주요 제조업체마다 노사 갈등이 빈번한 상황인 만큼 노사상생도시를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광주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벌써 성과도 냈습니다. 국내 대기업 친환경차 부품공장을 광주 빛그린국가산업단지로 유치하는 데 잠정 합의했습니다. 앞으로 친환경차 부품인증센터를 유치해 광주를 ‘친환경차 메카도시’로 만들 계획입니다.

인공지능 기반 산업 융합 집적단지 조성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2029년까지 10년간 1조원을 투입해 AI 중심 창업단지를 구축하는 사업인데 자동차, 에너지, 헬스케어 등과 연계한 AI 연구개발, 창업 인재 배출, 스타트업 육성 등이 목표입니다. 특히 2024년까지 5년간 4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1단계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으면서 단지 조성이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다른 지역 예타 면제 사업이 주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인 데 비해 저희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성장동력이자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AI 연구개발 사업이라 기대 효과가 크죠.

Q 광주형 일자리에 힘쓰다 보니 정작 ‘이용섭표’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A 그동안 광주형 일자리를 비롯해 도시철도 2호선 건설, 광주역과 광주송정역 개발사업 등 오랜 기간 해결되지 못했던 과제를 풀어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른바 ‘광주다움’을 회복해 광주를 미래 중심도시로 우뚝 세울 계획입니다. 일례로 광주만의 고유함, 독특함을 담은 상품을 발굴해 브랜드·산업화할 계획입니다. 광주는 음식이 맛깔스러운 미향으로 불립니다. 주말에 서울, 수도권에서 KTX를 타고 광주를 방문해 대표 음식을 먹고, 다양한 문화공연을 즐긴 뒤 저녁에 다시 돌아가는 상품을 만들겠습니다. 광주형 일자리가 타결되기는 했지만 앞으로 기업 유치에 힘써 좋은 일자리 창출에 진력할 것입니다. 일자리가 최고의 성장이자 복지정책이기 때문이지요. ‘떠나는 광주’에서 ‘돌아오고 찾아오는’ 광주로 바꾸겠습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 사진 : 최영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1호 (2019.03.27~2019.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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