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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내년 500조 슈퍼예산] 고교 무상교육·실업부조에만 수兆 ... 미래 안보고 혈세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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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 예산편성 지침 보니

한국형 실업부조,130만명 대상...수조 예상

고교 무상교육 1.4조...현금복지 대거 대기

노후 경유차 폐차·R&D 지원 등 미세먼지 투자도 확대

세입기반은 약화하는데 고용·복지분야 돈 쓸 곳 투성이

기재부마저 "국가빚 증가속도 빨라질 가능성" 셀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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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문재인 정부 4년 차(2020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는 나랏돈을 더 적극적으로 풀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겼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하겠다는 기조하에 4대 분야에 재원을 집중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경제 활력 제고와 복지 확대를 위한 확장 재정 원칙을 천명함에 따라 내년도 총지출(예산+기금)은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밑천’이 되는 세입 기반은 약화해 재정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재정 당국 스스로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셀프 경고음’을 냈다.

◇고교 무상교육·실업부조 도입···불어나는 지출=‘슈퍼 예산’으로 짜인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9.5% 많은 469조6,000억원 규모다. 10.6%가 늘어난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증가율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오는 2022년까지의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밝힌 내년도 총지출은 504조6,000억원 규모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복지지출 확대 등의 영향으로 예산 규모가 당초 계획을 초과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분야별로 들여다보면 돈 쓸 곳투성이다. 특히 고용·복지 분야에 재원이 집중된다. 내년도 예산에 처음으로 편성되는 한국형 실업부조와 고교 무상교육이 대표적이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저소득 구직자에게 6개월간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대상 인원이 약 130만명으로 추산되는 만큼 소요 예산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내년 처음 편성되는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1조4,000억원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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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촉발한 미세먼지 저감 예산도 내년에는 대폭 늘리기로 했다.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과 친환경차 보급 확대는 물론 관련 연구개발(R&D) 지원과 중국과의 협력사업에도 예산이 대거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등 국가 인프라 확대와 재정 분권, 국가 균형발전 프로젝트에도 적지 않은 예산이 반영된다. 인공지능(AI), 수소산업 등 미래 신산업과 관련 인재 육성에도 예산이 투입된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 소득 재분배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재정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국가채무 증가 속도 빨라질 가능성” 셀프 경고=문제는 나라 살림살이다. 지난해 정부가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예산을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탄탄한 세수 예측이 있었다.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법인세수 증가 등 주요 세목이 정부의 적극적 재정 운용을 뒷받침했다. 정부 예상보다 국세가 25조4,000억원이나 더 걷혔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세수 증가세가 예년만 못할 것이라는 게 정부 전망이다.

반면 ‘예산을 더 달라’는 부처 요구는 커지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기재부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안 실장은 “올해 세수 여건은 지난해에 비해 둔화하는 반면 각 부처의 지출 요구는 굉장히 크다”면서 “재정 건전성 관리를 고민하면서 재정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입은 주는데 돈 쓸 데는 많아진다는 토로다. 이 때문에 기재부가 지난해 예상한 올해 국가채무 740조8,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 39.4%도 의미 없는 숫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안 실장은 “세수 증가 둔화와 재정 수요 증가 등을 고려해 중장기 재정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기재부는 2년 만에 재량지출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재량지출은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경직성 예산’인 의무지출의 반대 개념이다. 정부 의지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성과가 부족하거나 예산이 배정됐는데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재량지출사업 중 10%를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의무지출이 재량지출 규모를 넘어섰고 앞으로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돼 ‘10% 구조조정’이 재정 건전성 악화를 얼마나 만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올해 예산 기준 의무지출은 239조원으로 전체 지출의 51%를 자치한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한국재정학회장)는 “중장기적으로 세입 기반 확대 노력 없이 확장 재정만 펼친다면 재정 건전성 악화가 만성화할 수 있다”면서 “현 정부가 재정 건전성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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