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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유동성 위기 그룹 전체로 확산 전 ‘자진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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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퇴 배경은

경향신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퇴진 소식이 알려진 28일 오후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에 있는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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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74)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지난 22일 ‘한정’ 감사보고서로 촉발된 아시아나항공 위기설이 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SOS’를 치고 28일 그룹 경영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무너지면 그룹 전체가 와해될 수 있어 그간 시장에서 반감을 사온 박 회장이 떠밀리듯 퇴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단은 지난 22일 제출기한을 하루 넘겨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한정’ 의견이 붙은 것이었다. 감사인이 기업의 모든 재무제표를 볼 수 없었다는 뜻이다. 모회사인 금호산업도 덩달아 ‘한정’ 의견을 받았고 이에 따라 두 회사의 주식 매매는 25일까지 정지됐다. 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나흘 만인 26일 ‘적정’ 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내놨지만 우려는 사라지지 않았다.

사옥 매각 등 노력에도 신용등급 하락 땐 ‘1조7천억’ 상환 폭탄

감사의견 ‘적정’ 받았지만 불안…시장신뢰 회복이 우선 판단

장남 박세창 체제 전환…국내 대형 항공사들 ‘3세 경영’ 돌입


기존에 반영되지 않은 운용 리스 항공기의 정비충당부채 등을 반영한 결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은 282억원으로 전년보다 88.5% 감소하고 당기순손실은 1959억원으로 적자 전환하는 등 악화된 경영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회사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자금확보가 어려워 최근 수년간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이용했는데, 신용등급이 현 ‘BBB-’에서 1단계 하락할 경우 조기상환해야 한다는 특약조항이 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만기액은 약 1조7000억원으로 불어나 유동성 위기에 빠질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난 27일 박 회장을 만난 이동걸 산은 회장이 시장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퇴진을 요구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박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금호고속 지분 56.33%를 갖고 그룹을 경영해왔다. 하지만 그룹의 핵심은 아시아나항공이며 전체 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알짜’인 아시아나항공을 지렛대로 그간 무리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동성 위기 때문에 채권단 공동관리체제로 있다가 2014년 자율협약에서 졸업했지만, 항공기 운항수익만으로 차입금을 갚기 어려운 구조라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에는 금호타이어를 재인수하려던 박 회장이 추가투자를 유치하려 기내식 업체를 무리하게 교체하다 ‘기내식 대란’이 빚어졌다는 비판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산은과 기업 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빚 줄이기’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사옥과 CJ대한통운 지분을 매각하고 전환사채 등을 발행한 데다 아시아나IDT도 상장시켰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약진과 유류비용 증가 등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아시아나항공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으로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수정된 재무제표상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가 더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박 회장이 퇴진하면서 금호아시아나는 자연스럽게 ‘3세 경영’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44)은 지난해 9월 사장으로 취임하며 승계를 준비해왔다. 공교롭게도 국내 주요 두 항공사가 같은 시기에 세대교체를 하게 된 셈이다. 지난 27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함에 따라 대한항공은 아들 조원태 사장(44)을 중심으로 오너경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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