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 “아시아나 금융 혼란 책임”
현 정부 첫 오너 경영 책임 물어
그룹 측 “외부 인사 회장으로 영입”
양대 국적항공 사주 이틀 새 퇴진
지난 21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한정 의견’ 감사보고서 제출로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등 위기를 겪은 지 일주일 만이다.
박 회장은 이날 발표문을 내고 “금융시장에 혼란을 끼친 점에 책임을 지고 퇴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7일 저녁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금융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직과 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 등 계열사의 모든 대표이사·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룹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계획이며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를 가동하고 이른 시일 내에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전날 이 회장과의 면담에서 “먼저 대주주와 회사의 시장 신뢰 회복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25일 “회사와 대주주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도록 성의 있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 정부에서 사주에게 부실경영 책임을 물은 첫 사례다.
퇴진 발표 직후 박 회장은 ‘그룹 임직원에게 보내는 글’에서 “그룹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점을 통감하고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자력으로 현재의 재무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는 것이 당국과 채권단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말 차입금은 3조1632억원이며 부채비율은 814.9%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산업은행과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에서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영구채를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광화문 사옥을 매각하고 65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으로 영구채 발행은 사실상 무산됐다. 다음달 초 만기가 도래하는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연장하고 신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면 정상화가 어려워 대주주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의미다.
이로써 전날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좌절된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박 회장까지 두 국적 항공사 대주주이자 사주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동현·곽재민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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