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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아시아나 한정’ 의견 낸 건 회계업계의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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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따내려 관행적 오류 봐주기

‘대우조선 분식’ 회계사 실형받자

법인들 기업 회계감사 깐깐해져

부정적 의견 2년 새 2배로 늘어

아시아나항공의 ‘회계 쇼크’가 시작된 건 지난달 22일이었다. 이 회사는 이날 ‘영업이익 459억원 흑자’로 적힌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다. 그러나 삼일회계법인이 제시한 감사의견은 ‘한정’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부채나 수익 규모를 가늠하는 데 필요한 증거 일부를 회계법인에 제시하지 않아 영업 실적을 믿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회사 주식 거래는 금지됐다.

신용평가사들도 회사채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는 뜻(하향 검토)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BBB-’로 한 단계만 더 떨어지면 사실상 자금조달이 힘든 투기등급(BB+ 이하)이 된다. 쇼크는 나흘 만에 진정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6일 증거를 제시 못 한 수익 규모를 손실 처리하기로 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수정된 이 회계장부에 다시 ‘적정’ 의견을 냈다. 회계법인의 깐깐한 ‘숙제 검사’에 흑자로 둔갑할 뻔한 실적이 바로 잡힌 것이다.

중앙일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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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회계 쇼크’를 두고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회계법인판 ‘미투(MeToo)’란 평가가 나온다. 말할 수 없던 진실을 여성들이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처럼 회계법인들도 쉽사리 밝히지 못한 부정적 감사의견(한정·부적정·의견거절)을 제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현재 총 33개 상장사가 적정 의견이 아닌 부정적인 감사의견을 받았다. 12월 결산 법인만 집계해도 2017 회계연도에 기록한 27곳을 이미 넘어섰다.

그동안 회계법인들이 기업의 회계 오류를 알면서도 감사의견으로 제시 못 한 경우가 잦았던 이유는 미래 감사 일감을 따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회사가 작성해야 할 재무제표를 회계사가 대신 작성해 주는가 하면, 손익 입증에 필요한 필수 자료도 얻지 못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이런 현상은 계열사가 많아 감사 일감을 많이 줄 수 있는 대기업일수록 심각했다. 총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사들은 2017 회계연도 결산 당시 단 한 곳도 부정적 감사의견을 받지 않았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회계 쇼크가 ‘미투’ 운동에 비유되는 이유는 회계법인이 대기업을 상대로 감사의견을 통해 회계장부 수정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다. 회계법인의 경고음은 비상 경영 대책으로 이어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곧장 산업은행에 협조를 요청했고 박삼구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김정흠 금감원 회계기획감리실장은 “감사의견은 기업의 숨기고 싶은 부실을 가리키는 화살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본시장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회계법인의 감사 행태가 달라진 배경 중 하나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트라우마를 꼽는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대우조선 분식을 눈감아 준 회계사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회계사가 실형을 받는 전례가 생기면서 ‘봐주기 감사’ 관행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회계법인 독립성 강화를 지원한 법령(외부감사법) 개정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법에 따라 모든 상장사는 9년 중 3년은 정부 지정 회계법인에 감사를 받아야 한다. 부정적 감사의견을 냈다가 감사 계약이 끊기지 않도록 계약 시점을 의견 제시 전으로 바꾸는 제도도 마련됐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주기적인 정부 지정 감사에서 부실 감사가 드러나지 않도록 자율 수임 감사인들까지 깐깐하게 감사를 하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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