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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여행 +] 발리의 불이 꺼졌다…발리의 별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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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전체가 어둠과 고요함에 잠긴 발리 녀피데이. 하늘에는 무수한 별이 가득했다. [사진 제공 = 클럽메드 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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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만 발리?' 말도 안 된다. 힐링의 섬 발리 전체가 소등을 한다니. 그야말로 '새까만 발리' 투어다. 네이버 여행플러스팀이 안 갈 수 없다. 바로 자원. 발리로 날아갔다.

매년 3월 발리에는 연중 가장 중요한 날이 있다. '침묵의 날'이라고 불리는 녀피데이다. 힌두교 사카 달력의 새해 첫날이다.

■ 낯선 곳에서 만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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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피데이는 죽음의 신 '야마'가 악령을 없애는 날이다. 의식을 치르는 방식은 이렇다. 모든 외부 활동을 멈추고 상점·학교는 물론 공항까지 문을 닫는다. 그야말로 섬 전체가 고요함에 잠긴다. '더 빠르게, 더 열심히'를 외치며 스스로 다그치던 마음까지도 잠시 멈춘다. 이거 재밌다. 현장에서 직접 느낀 녀피데이 분위기는 심장이 쿵쾅쿵쾅 뛸 정도였다.

"똑똑똑, 커튼으로 창문을 가려주세요." 객실 내부에서는 빛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커튼을 꼭 닫아야만 했다. 리셉션에서 방까지 가는 길에 켜져 있던 안내등은 모두 꺼졌다. 조금 불편하지만 더없이 색다른 경험. 풀잎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한참을 걸었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무수한 별이 가득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이 있던가. 녀피데이에 맞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녀피데이 전야제 행사에서는 대형 귀신 인형 '오고오고(Ogoh-Ogoh)' 퍼레이드와 발리 전통 춤 공연 등이 펼쳐진다. 해가 지고 나서야 전야제의 시작을 알렸다. 주민들은 녀피데이를 위해 한 달 내내 모형을 만들고 전야제 당일 태워 없앤다. 재앙을 멀리 날려 버리는 것을 의미한단다. 발리인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특별한 시간이라는 것. 마침내 발리가, '꺼졌다'. 고요함. 더 빠르고, 더 열심히 살아온 인생을 잠깐 반추하려는데… 하필 잠이 온다. 스르륵, 눈이 감겼다.

■ 해변 요가로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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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눈이 떠지니 아침이다. 눈 깜짝할 새 지나 버린 녀피데이. 시간을 돌려 놓을 수도 없다. 어쩔 수 없다. 낮의 발리를 즐기는 수밖에.

클럽메드 발리에서는 무려 60여 가지 스포츠·액티비티와 수준별 무료 강습을 받을 수 있다. 윈드서핑과 스노클링은 당일 오전 9시 예약해야 하고 서핑 강습은 별도 요금이 추가된다고 하니 꼭 참고할 것.

해변 요가와 패들 보드를 추천한다. 일정하게 다가오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요가 동작에 집중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진다. 온전히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 패들 보드는 몸의 밸런스를 찾기에 적합하다. 바닷물 위 흔들리는 보드에 서서 균형을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30분쯤 타고 나면 힘들어서 육지로 돌아올 정도니까. 균형 감각과 집중력을 단시간에 끌어올리고 싶다면 패들 보드가 제격이다.

휴양지로 떠나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파. '발리니즈 마사지'는 원하는 강도와 향, 접촉을 원하지 않는 신체 부위 등을 선택할 수 있었다. 전통 마사지 기술을 이용해 독소를 배출해준다고. 추가 요금이 부담스럽다면 매일 아침 리셉션에서 일정을 확인하자. 만다라 스파에서 제공하는 마사지 클래스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 약 30분 동안 전문 안마사에게 발리식 지압 방법을 배우고 나면 마음 한편이 뿌듯해진다.

■ 밤의 먹방, 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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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 보니 다시 밤. 클럽메드의 명물 아궁 뷔페로 향했다. 지역 특성에 따라 수상가옥으로 지은 아궁 뷔페 레스토랑. 모양부터 압권이다. 이곳에서는 인도네시아 현지식은 물론 세계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해산물 특선 디너는 사전 예약을 통해 덱 고메 라운지에서 가능하다. 랍스터는 특히 많은 투숙객들의 사랑을 받는 메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각종 음료와 주류 120여 가지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으니 애주가들이 반길 만하다.

배를 가득 채웠다면 움직여보자. 매일 밤 리조트 내 극장에서 전 세계 출신 액티비티 가이드들이 선보이는 수준 높고 다양한 공연이 이어진다. 특히 '발리 댄스 쇼'는 화려한 색감과 노래, 춤, 공중 곡예가 어우러져 이색적이다. 오픈 바에서 열리는 시그니처 댄스파티 '크레이지 사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모두 흥겹게 춤을 추는 이곳에서만큼은 타인의 시선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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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날 '녀피데이'에 맞춰 떠난 발리. 눈 깜짝할 새 지나긴 했지만 침묵의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특별했다. 평소에는 절대 불가능하기에 더 소중하고 아쉽달까. 스스로 크고 작은 즐거움으로 채워가며 새삼 깨달았다. '나에게 가장 편안한 속도를 찾기 위해서는 이따금씩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구나'라는 걸.

※취재 협조=클럽메드 발리

[발리 = 정미진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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