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돈만 들고 실속 없어 ‘혹평’
에메리 감독의 ‘길들이기’ 주효…환상적인 플레이에 성실함까지
마법사 귀환, 아스널도 3위 점프
‘넘버 10’의 드리블 아스널의 메수트 외질(가운데)이 2일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뉴캐슬전에서 태클을 피하고 있다. 런던 |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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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그를 ‘마법사’라고 부른다. 그가 빛날 때 그라운드에서 만들어내는 패스와 터치, 움직임은 ‘마법’을 보는 듯한 환상에 빠지게 한다. 한편에서 그는 ‘하얀 코끼리’로 불리기도 한다. 하얀 코끼리는 신성시되지만 키우는 데 많은 돈이 들고 실속은 없다.
얼마 전까지 아스널의 플레이메이커 메수트 외질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엇갈렸다. 외질은 제3의 길을 찾아야 했고, 마침내 답을 찾은 것 같다.
2일 열린 뉴캐슬과의 프리미어리그 홈경기는 외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확인한 무대였다. 외질은 키패스 2개, 파이널 서드(상대 문전 지역) 패스 30개, 크로스 5개를 기록했는데 모두 팀내 1위였다. 찬스를 만들어내는 창의력만큼은 최고로 꼽히는 외질인 만큼 이런 수치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의 변신을 보여주는 숫자는 따로 있다. 외질은 종료 6분을 남기고 교체될 때까지 84분간 9.9㎞를 뛰었다. 이는 팀에서 세 번째로 많이 뛴 것이었다. 수비 전환 시 설렁설렁 뛰는 모습을 보여 “게으르다” “전술적인 규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던 외질이 더 이상 아니었다.
11개의 리커버리로 에런 램지(12개)에 이어 팀내 2위에 오른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리커버리는 어떤 선수들에 의해서도 컨트롤되지 않을 때 볼을 찾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태클이나 가로채기와는 또 다른 개념으로 위치 선정이나 경기 흐름을 읽는 센스가 중요하다. 많은 리커버리를 기록한다는 것은 그만큼 부지런히 움직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카이스포츠는 골이나 어시스트를 기록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외질을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볼을 갖고 있을 때 외질은 ‘마법사’다. 이제 볼을 갖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도 좋아졌다. “선발로 내보낼 수 있는 다른 선수들이 있다”며 외질을 벤치에 앉혀 두는 것을 불사했던 에메리 감독의 길들이기가 통한 모양새다.
외질은 유로파리그까지 포함하면 최근 4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에메리는 “외질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플레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외질이 에메리 감독의 전술에 녹아들면서 아스널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뉴캐슬을 2-0으로 완파하고 홈 10연승과 함께 최근 5승1무를 달린 아스널은 승점 63점을 기록, 토트넘(승점 61점)을 밀어내고 3위로 올라섰다. 챔피언스리그 복귀에 대한 희망도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 달라진 외질이 있다. 그는 더 이상 ‘하얀 코끼리’가 아니다. 그는 아스널의 ‘넘버10’이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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