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the300] 한-스페인, 오늘 '전략대화'서 논의 가능성...볼턴 美보좌관도 스페인 외무장관 면담사실 공개

【마드리드=AP/뉴시스】26일(현지시간) 스페인 법원은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침입한 괴한 10명 중 한국인, 미국인, 멕시코인 등 3명을 기소하면서 이들이 당시 빼내 간 자료 제공을 위해 FBI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10명이 연루된 '범죄조직'이 북한 대사관에 침입해 상해, 협박,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지른 다양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해 공관 직원들을 결박하고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훔쳐 달아난 바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북한 대사관에서 차량 한 대가 나오는 모습. 2019.03.27. / 사진=민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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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와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자유조선' 주도의 북한 대사관 침입 사건이 발생했던 스페인의 고위급 인사들과 각각 접촉에 나서 관련 논의 여부가 관심을 끈다. 스페인 사법당국은 한국과 미국 국적자가 포함된 용의자를 특정하고, 이들 중 일부가 미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조현 외교부 제1차관은 4일 서울 도렴동 청사에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을 만나 제1차 한-스페인 전략대화를 한다. 내년 양국 수교 70주년을 앞두고 양국 우호 협력관계 증진을 위한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한반도 정세와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두 나라의 고위 당국자 협의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스페인 고등법원의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 침입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처음이다. 한반도 정세와 양국 협력 등 협의 주제를 감안하면 스페인 북한 대사관 사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스페인 사법당국과 현지 언론이 용의자 일행에 '우람 리' 등 한국 국적자 여러 명이 포함돼 있다고 한 데 대해 구체적 언급을 삼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스페인 수사당국의 발표 이후 지금까지 추가로 통보받은 게 없다"고 했다.

미국과 스페인의 고위 당국자 접촉도 최근 이뤄졌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호세프 보렐 스페인 외무장관과 면담한 사실을 공개했다. 볼턴 보좌관은 "보렐 외무장관과 오늘 베네수엘라 사태와 불안정한 북아프리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논의했다"고 했다. 북한 대사관 사건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용의자에 포함된 미국 국적자와 FBI 연관설 등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현재 미국 정부 차원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스페인 사법당국은 멕시코 국적의 재미교포 2세인 에이드리언 홍 창(35) 미국·한국 국적자들이 포함된 용의자 10명이 지난 2월22일 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침입해 직원들을 제압하고 컴퓨터와 하드드라이버, USB 등을 빼앗아 달아났다는 수사 결과를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아울러 핵심 용의자가 사건 직후 미국에서 FBI와 접촉했다고도 했다.

이후 반북 단체 자유조선은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며, FBI에 자료를 넘긴 사실도 시인했다. 최근 미 NBC 방송도 미 사법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FBI 관여설이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자유조선은 2017년 2월 암살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보호하고 있다고 밝힌 옛 천리마민방위가 이름을 바꾼 반북 단체다. 사건을 주도한 에이드리언 홍 창이 자유조선의 리더 격이란 보도도 이어졌다.

북한도 사건 발생 이후 한 달 넘게 침묵을 지키다 지난달 31일 이번 사건을 '엄중한 테러행위'로 규정하는 반응을 내놨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문답 형식을 빌어 "우리 외교대표부에 대한 불법 침입과 점거, 강탈행위는 국가 주권에 대한 엄중한 침해이고 난폭한 국제법 유린"이라며 "미 연방수사국과 반공화국 단체 나부랭이들이 관여되어있다는 등 각종 설이 나돌고 있는 데 대하여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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