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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구조조정 해결사 이동걸의 원칙 “기업 회생이 먼저, 자금 회수는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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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현대중 동등대우 보장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안 해

몸집 키워놔야 위기 버틸 수 있어

GM 10년 내 떠나면 소송할 것”

중앙일보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과 지난해 체결한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을 다음달 초로 1개월 연장하면서 보다 강도 높은 경영 정상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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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개성 넘치는 역대 산은 회장(총재)들 중에서도 독특한 인물이다. 첫날부터 직원들에게 “나를 위한 홍보는 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대신 현안이 있으면 본인이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한다. 그의 기업구조조정 실적은 역대급이다. 금호타이어·STX조선·한국GM·대우조선해양 등 전 정권의 문제 기업들이 잇따라 수술대에 올랐다. ‘이동걸식 구조조정’의 탄생이다. 그 핵심은 ‘뉴 머니(신규 자금)’를 투입할 새 주인 찾아주기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들을 강제로 내보내는 인력 감축이 없었고 노조의 사생결단식 반발 후유증도 없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달 하순 이후 두 차례 인터뷰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와 대우조선 민영화 등 구조조정 현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Q : 아시아나항공과 재무구조 개선약정(MOU)은 연장될 수 있나.

A : “새로운 MOU를 작성하려면 대주주(박삼구 전 회장)는 불필요한 자산 매각 등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최대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만약 채권단의 돈이 들어간다면 추가적인 금융지원에 대해 어떻게 담보할지 구체적인 채권보전 조치와 기업개선 사항이 다 담겨야 한다.”




Q : 대주주가 먼저 책임지는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A : “채권단 입장에서 단돈 1원이라도 손실이 생길 것 같으면 대주주가 먼저 책임져야 한다. 대주주가 다 손실을 보고 그래도 안 될 때 우리가 손해를 보는 게 맞다. MOU의 기본 원칙이고 순서가 바뀌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납득해주겠나. 그만큼 MOU는 아주 촘촘하게 짜여야 한다.”




Q : 박 전 회장은 2009년에도 물러났다가 복귀한 전례가 있는데.

A : “그때 박 전 회장이 손실을 많이 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손실이 많이 전가됐다. 이번에 또 그런 일이 벌어지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Q :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과 결합해 덩치가 커지면 리스크도 커지는데.

A : “하지만 몸집을 키워서 경쟁력을 키우고 자본을 쌓아 둬야 위기가 와도 버텨낼 수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양쪽에서 겹치는 연구개발(R&D) 사업은 합병이든, 협력이든 중복 비용을 줄인 뒤 미래형 사업에 투자하겠다.”


중앙일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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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향후 인력 조정은 없다는 걸 서면으로 보장할 수 있나.

A : “지난 4~5년간 인력 구조조정은 충분히 이뤄졌다. 고령 노동자가 많은 탓에 앞으로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 (고용 보장을) 문서로 남기긴 어렵다. 기업은 회사와 채권자·주주만 살리는 게 아니다. 근로자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노조도 불신의 벽을 허물고 대화를 해야 한다. 노조가 원하는 현대중공업과의 ‘동등 대우(equal treatment)’는 보장할 수 있다.”




Q : 다시 불황이 와도 대우조선만 구조조정을 하는 일은 없다는 건가.

A : “그렇게는 하지 않아야 하고 할 수도 없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신설 조선통합법인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을 지키자고 대우조선을 구조조정하면 투자한 돈을 날릴 수 있다. 그건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산은은 통합법인의 2대 주주로 견제 역할을 할 것이다. 더욱이 산은이 대우조선에 선수금환급보증서(RG) 등을 통해 돈을 빌려준 만큼 기업가치가 떨어지게 두지 않을 것이다. 대우조선이 정상화될 때까지 인력은 물론 영업 등 경영 측면에서 (현대중공업과) 동등한 대우는 보장한다.”




Q :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구조조정이 끝나는 것 아닌가.

A : “기업이 산은 품에서 벗어나 생존하는 게 먼저다. 그러려면 신규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지분까지 사라고 하면 인수자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 공적자금 회수를 뒤로 미룰 테니 매수자가 돈을 넣어 살리라는 것이다. 매각보다 산업재편 관점에서 봐야 한다. 구조조정 없이 이대로 가면 조선 3사가 다 어려워질 수 있다. 공적자금 회수는 기업이 살아나면 가능해진다.”




Q : 현대중공업과 교환한 주식 매각은.

A : “5년간 지분을 팔 수 없는 전매제한이 있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서 산은이 대우조선을 넘긴 뒤 ‘나 몰라라’ 한다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5년간은 현대중공업과 (산은은) 칼날과 칼자루를 맞잡은 것이다.”




Q : 한진중공업과 대우건설·KDB생명 등의 처리 방향도 비슷한가.

A : “정상화해 가급적 빨리 매각하는 게 원칙이다. 언제든 시장이 원하는 가격에 팔 계획이다.”




Q : GM이 10년 내 한국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나.

A : “7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면 10년간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어기면 소송이다. 사실 R&D만 잘 돌아가도 부품업체가 살 수 있다. ”




Q : 이동걸 회장에게 구조조정이란.

A : “나의 숙제다. 한국 경제의 숙제이기도 하다. 전통 제조업은 한계에 달하고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장기침체 국면에 빠진 한국 경제의 숨통을 틔우는 길은 구조조정을 통해 제조업을 다시 살리는 것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면 일자리도 생긴다.”




Q : 대우조선 민영화에 ‘직’을 걸었는데.

A : “노조의 반대와 기업 결합 승인에 발목이 잡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해보지 않고 새로운 대책을 세울 수는 없다. 언제 떠나든 할 만큼 해봤다는 얘기는 들어야지 않겠나.”


만난 사람=이상렬 경제에디터

정리=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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