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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고 장자연 사건

윤지오 “악법도 법이란 말 싫다. 여러분이 법 위의 사람들로부터 날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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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 장자연 씨 사건의 증언자인 동료 배우 윤지오 씨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간담회를 갖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김수민 바른미래당,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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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의 주요 증인인 윤지오씨는 8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회의실에 들어서면서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15평의 좁은 소회의실에 50여명의 기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씨는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인 뒤 “사실 이렇게 많은 취재진을 태어나서 처음 본다. 사건·사고가 많았는데 범죄의 크기를 무엇은 크고 무엇은 작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 2009년 3월 동료 배우였던 장자연씨가 자살한 뒤 10여년 간 무관심했던 언론을 향한 아쉬움이 배어 있는 듯했다.

윤씨는 인사말을 하면서 일부 언론에 “기자로서 사명감을 지켜달라”는 말도 했다. 그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다”며 “여기 저를 위해 와주신 분들이 법 위에 선 사람들에게서 저를 구원해주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응원과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안민석(더불어민주당)·김수민(바른미래당)ㆍ추혜선(정의당) 의원 주최로 열린 ‘장자연 증언자, 윤지오 초청 간담회’였다. 모두 9명의 의원이 참석했는데 자유한국당 의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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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자연 씨 사건의 증언자인 동료 배우 윤지오 씨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장자연 증언자, 윤지오 초청 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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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윤씨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조사 방식에 아쉬움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윤씨가 ‘조사단이 과거에 물었던 것 이상으로 묻지 않고 기존에 조사한 부분만 다시 물었다’며 불만을 말했다”고 했다. 다른 참석 의원도 “‘이런 부분을 더 조사하면 된다’고 윤씨가 짚어줘도 조사단이 그 부분을 조사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씨는 또 “조사받을 때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얘기하려고 해도 받아주지 않았다. 나에게 질문을 하는 등 능동적으로 조사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라고도 했다고 한다. 윤씨는 지난달 조사단에 2차례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여성가족부와 경찰이 제공한 숙소의 허술한 신변 보호 수준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고 한다. 윤씨는 지난달 12일부터 여가부가 제공한 숙소에 머무르다가, 경찰이 별도로 제공한 보호시설로 옮겨 거주하고 있다. 윤씨는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 긴급 호출 버튼을 3차례 눌렀지만 아무런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고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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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자연 씨 사건의 증언자인 동료 배우 윤지오 씨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간담회를 갖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김수민 바른미래당,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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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직후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앞으로 윤씨 투쟁에 함께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씨 혼자의 싸움이 아니라 의원들이 의로운 싸움을 함께 지켜줄 것이다. 이름은 ‘윤지오와 함께하는 의원 모임’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9명의 의원은 각자 자신의 상임위원회를 통해 윤씨를 도울 방법을 고민해보기로 했다.

안 의원은 “기본적으로 이 사건은 성접대 사건이 아니라 ‘성폭행 사건’이라는 점에 의원들도 윤씨와 의견이 일치했다. 피해자 장자연이 아닌 가해자가 적시되는 사건이 돼야 하고,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점이 유감이라는 점에도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오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13번째 증언』의 북 콘서트에 참석한 뒤 가족이 있는 캐나다로 돌아간다. 이 책은 윤씨가 장자연 사건 수사 과정에 대해 남긴 기록이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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