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체제가 4·3 보궐선거 패배의 여파로 깊은 내홍에 휩싸였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손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사퇴와 재신임 투표 등을 요구하며 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을 지킬 것”이라며 사퇴와 재신임 요구를 일축해 바른미래당 내홍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운데)가 8일 바른정당계 최고위원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바른미래당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이날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이들은 옛 바른정당계 출신으로 지난 5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도 4·3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손 대표의 사퇴 또는 재신임 투표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출신의 김수민 최고위원과 권은희 정책위의장은 개인적인 사유로 회의에 나오지 않아 회의장에는 당 지도부 7명 중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만 참석했다.

하 최고위원은 대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보선에서 지금의 리더십, 비전으론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며 “손 대표는 버티면 길이 있다고 하지만 그건 바른미래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바른미래당이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희망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손 대표 체제에 있다”며 손 대표의 통근 결단을 촉구해 사실상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이 최고위원도 SNS에 “최고위원회의에 앞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불참할 계획”이라며 “아무리 야당이라 해도 지도부가 일체의 쇄신조치나 재신임 과정 없이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발언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타 정당에 대한 평가 등을 진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운데)가 8일 바른정당계 최고위원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손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지금 기다렸다는 듯이 선거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당 대표를)바꾸라는 것은 어림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 체제를 뒤바꾸려는 사람들, 손학규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의 그 의도가 뭔지 나와 여러분은 다 안다”며 “어떻게 한국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당세를 모아 다시 통합한다는 얘기를 하겠나.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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